NLL 충돌 부담에 미사일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4일 03시 01분


북한이 최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잇따른 ‘성명 협박’에 이어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에 착수한 것은 군사적 긴장고조를 통해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사일 카드’ 꺼낸 북한의 속내=북한은 17일 군 총참모부 대변인과 30일 조평통의 대남 성명에서 각각 ‘대남 전면대결 태세’와 ‘정치 군사적 합의 무효’를 선언하며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폐기를 주장했다.

이후 군 안팎에선 북한이 과거처럼 5, 6월 꽃게잡이 철을 틈타 NLL 일대에서 모종의 군사행동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최첨단 이지스함과 차기고속정 등을 갖춘 남한 해군과의 무력대결에서 승산이 없고, 패배할 경우 대내외적 역효과 등을 우려해 북 수뇌부는 일단 ‘NLL 도발카드’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남측과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 미국 등 대외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대포동2호 미사일의 발사를 강행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발사 준비 장소와 한미일 대응=일본의 한 언론은 이날 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된 곳이 평북 철산군 동창리 기지라고 지목했다. 하지만 정부의 한 고위소식통은 “동창리가 아닌 다른 장거리미사일 기지”라고 말했다.

동창리 기지는 무수단리 기지보다 규모가 크고 엔진시험대와 연료주입장치 등 발사시설이 대폭 보강되고 있어 정보당국이 계속 주시해 왔다. 그러나 아직은 완공되지 않아 미사일 시험발사를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첩보위성이 실제로 발사 준비 움직임을 포착한 곳은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기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06년 7월 대규모 미사일 발사 시위 때 무수단리 기지에서 대포동2호를 발사했지만 42초 만에 동해상에 추락한 바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KH-12 첩보위성과 RC-135 정찰기 등을 동원해 미사일 기지 주변의 군사 동향 등 발사 징후를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일본의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관방장관도 “중대한 관심을 갖고 정보 수집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도 높여가는 북한의 관심 끌기=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움직임은 ‘말’에서 ‘행동’으로 옮겨갈 수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그동안 계속 긴장의 강도를 높였음에도 한국과 미국이 무대응 전략으로 나온 데 대한 불만도 깔려있다는 것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움직임은 미국과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우선순위에서 북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있다는 데 대한 초조함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오바마 미국 행정부 출범 직후 빨라지고 있는 북한의 공세적 움직임은 1993년 빌 클린턴 출범 시기와 유사하다.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기를 활용해 긴장을 조성한 뒤 미국과의 ‘대타협’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성명을 발표하고 노동미사일을 발사한 뒤 북-미 고위급회담을 이끌어낸 빌 클린턴 미 행정부 초기와 비슷한 패턴”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미국에선 북한과의 협상을 마다하지 않았던 클린턴 행정부가, 한국에선 북한에 매우 강경했던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직후였다. 외형상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오바마 행정부와 보수적 대북정책 기조를 가진 이명박 정부의 조합인 지금 상황과 유사하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 정권은 북한에 끌려 다닌 뒤 경수로 제공만 약속했던 제네바합의로 비판을 받은 탓에 이 같은 북한의 노림수에 말려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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