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대충’ 심의가 제도 허점 키웠다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쌀 소득보전 직불금제 도입 당시부터 비(非)경작자의 부당 수령 우려가 제기됐지만 국회의 허술한 법안 심사로 결국 구멍이 숭숭 뚫린 제도를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곡수매제를 대신할 쌀 직불금 도입 관련 법안은 2004년 12월 29일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돼 2005년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법안 심사를 거쳐 2005년 3월 31일 공포됐다. 15일 본보가 국회 농해수위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법안 심사 과정에서 비경작자인 땅 소유자가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행정상 문제’로 치부돼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2005년 2월 22일 농해수위 법률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의원들은 10시간에 걸친 회의 시간 대부분을 정부가 제출한 직불금 소득보전비율(80%)을 놓고 “85%로 올리자” “90%로 올리자”며 줄다리기를 했다.

당시 농림부 김영만 식량정책국장이 “직불금이 높으면 땅 소유주가 그 돈에 관심을 갖게 돼 실경작자가 배제될 우려가 많다”고 하자 당시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은 “원칙만 가지고 행정적으로 시행해 나가면 된다”며 “땅 주인이 가지고 가는 것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다.

이 때문에 농해수위 수석전문위원은 “목표가격 변경 외 결정이 안 된 부분(대상자의 자격 기준, 선정 절차, 현지 확인조사 등)이 상당히 많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부당 수령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된 2007년 9월 정부와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등은 이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제출했다. 의원들은 여전히 소득보전비율을 인상하는 문제에만 목소리를 높였을 뿐 ‘실경작자’에 대한 기준을 분명히 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2007년 9월 17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당시 농림부 임상규 장관이 “의원들은 쌀 직불제의 목표가격과 보전비율에 관심이 있지만 비농업인, 의사나 변호사, 또 대농들이 직불금을 수령하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으나 당시 한나라당 김영덕 의원은 “그것은 직불금에 대한 구체적인 집행을 하는 단계의 문제”라고 말을 끊었다.

정부는 올해 10월 7일 부당 신청을 했을 경우 제한 기간을 늘리고, 신청할 때 소득 상한 규정을 두는 내용의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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