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금강산 피격 조속해결” 의장성명

  • 입력 2008년 7월 25일 02시 59분


北-美의 서로 다른 시선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뒤)이 24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5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취재진의 카메라를 바라보는 순간 박의춘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그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北-美의 서로 다른 시선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뒤)이 24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5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취재진의 카메라를 바라보는 순간 박의춘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그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남북한이 24일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무대로 한 장관급 연례 안보포럼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였다. 27개국 외교장관들이 한데 모여 빈부격차, 식량 및 에너지 위기, 미얀마 사이클론 피해 복구 문제 등 역내 현안과 북핵 문제를 포함한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불편한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

우리 정부는 금강산 사건을 각종 양자, 다자회담에서 제기함으로써 국제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지만 북한이 회의석상에서 우리 정부를 공개 비난하고 나서 경색된 남북 간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강산 사건은 ARF 의장 성명에도 포함됐다. 의장 성명에는 “ARF에 참석한 장관들은 10·4정상선언에 주목하고 10·4정상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의 지속에 대해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 금강산 사건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그 사건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ARF는 이날 의장성명을 채택한 직후 폐막했다.

○ 남북, 금강산 피격사건 공방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ARF 총회에서 금강산 사건을 지역 이슈로 공식 제기했다. 지역 이슈 토의시간에 국별로 주어지는 발언 때였다.

유 장관은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우리 측 조사단의 수용을 북측에 촉구하면서 이번 사건이 남북 간 협의를 통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가 전했다.

이 차관보는 “유 장관의 의견 제시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많은 장관도 남북 간 협의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금강산 사건은 비극적 사건이며, 대화를 통해 남북한 간에 잘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남북대화의 발전이 6자회담 진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은 지난주 뉴욕채널을 통하여 북한에 금강산 사건 해결을 위해 남북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 측도 북한에 남북대화에 나설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 측 문제 제기에 대해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발언 기회를 얻어 이명박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금강산 사건에 대해서는 ‘남북 간의 문제’라고 짧게 반응하고 더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박 외무상은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부정하는 정권이 남한에 출현하고 ‘핵 선제공격’ 교리에 따른 대규모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등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를 맹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대표단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동일 외무성 군축과장도 이날 금강산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외무성 관할이 아닌 북남 간의 문제”라며 답변을 피했다.

○ 북핵 문제는 진전 없어

ARF에서는 비핵화 2단계 마무리와 핵 검증 단계에 와 있는 북핵 현안도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참가국 외교장관들은 북핵 6자회담의 최근 진전 상황을 평가하고, 6자 프로세스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제출한 핵 프로그램 신고서 검증을 위한 이행체계 구축을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 간의 이견이 계속되면서 실질적 진전은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스 장관은 23일 싱가포르 비공식 6자 외교장관회담이 끝난 뒤 박 외무상과 만나 북한이 제출한 핵 신고서에 대한 검증체제 확립 등 검증 방안에 대해 합의하고 이를 이행할 것을 직접 촉구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발효되는 8월 11일 이전에 검증체제가 구축돼 검증활동이 시작돼야 한다”면서 신고 내용의 검증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테러지원국 해제선언을 8월 11일 이전에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외무상은 “검증은 모든 참가국에 해당되는 것”이란 기존 견해를 되풀이했을 뿐 검증체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일 외무성 군축과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증은 우리 하나만 검증하는 게 아니라 6자에 대해 모두가 자기 의무사항을 철저히 이행하는가를 검증하고 감시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일본 외상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간에는 ‘한일신시대’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싱가포르=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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