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군부 의도적 도발 ?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장전항 1998년까지 해군 최남단 발진기지

관광지 개발하며 軍시설 이전… 불만 쌓여와

1998년 금강산 관광이 개시되기 전 금강산의 해상출입문이던 장전항 일대(현 호텔해금강 부근)는 북한이 대남 기습 및 침투 작전을 위해 각종 군사시설을 밀집 배치했던 지역이다.

특히 지금 남한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정박하는 장전항은 북한 해군의 최남단 군사항으로 과거 대남 침투용 잠수정과 공작선의 발진 기지로 활용됐다.

1996년 9월 23명의 무장공비를 태우고 강원 강릉 앞바다로 침투하다 해변 암초에 좌초됐던 북한의 상어급 잠수정도 장전항에서 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강산은 최고봉인 비로봉을 비롯한 곳곳에 북한군 동부지역 지상군사령부 예하의 레이더 기지와 미사일 부대, 대남 관측소 등이 집중 배치됐다.

이 때문에 과거 한미 군 정보당국은 금강산과 장전항 일대의 북한 전력 배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금강산 관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장전항의 잠수함 기지를 폐쇄하고 미사일 부대 등 관련 군사 시설들을 북쪽으로 이전시켰다. 현재 장전항 일대에는 군 경계초소와 유사시 항구로 접근하는 함정을 공격하기 위한 각종 포병 전력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해안 경계초소에 AK 자동소총(북한 명칭은 88식 자동보총)으로 무장한 경계병들이 2, 3명씩 조를 이뤄 24시간 교대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장전항을 둘러싼 산중턱 곳곳에는 최대 사거리가 40여 km인 240mm 방사포(다연장포)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군 전문가들은 북한군에 피격 사망한 박왕자 씨의 사건 정황을 볼 때 북측이 과잉대응을 했을 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도발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군 초병이 소지한 AK-47 소총의 유효 사거리가 300m 안팎이지만 북측 발표에 따르면 박 씨의 사망 지점은 초소에서 약 1km나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 박 씨가 초병의 정지 요구에 불응하고 도주했다는 북측의 발표로 미뤄 봐도 북한군 초병은 목소리가 들리는 근접 거리에서 박 씨를 향해 총을 쐈을 개연성이 높다.

북한군이 군 경계지역으로 진입한 박 씨를 향해 조준 사격을 했거나 정지 요구에 놀라 달아나는 박 씨를 가까운 곳까지 쫓아와 총을 발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위해 군사시설을 내준 것에 평소 강한 불만을 제기한 북한 군부의 ‘의도적 도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북핵 6자회담의 재개로 진전을 보이고 있는 북-미 관계를 헝클기 위한 강경 군부세력의 술책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또 북한 군부가 금강산 관광 이후 일선 부대에 장전항 일대의 군사시설에 대한 경계 강화를 지시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강도 높은 문책을 경고해 일선 초병들이 남측 관광객임을 알고도 총격을 가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군 소식통은 “실제로 북한 군부는 금강산 관광 이후 장전항 일대의 경계수위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박 씨가 북한군 경계지역에 잘못 들어갔다고 해도 그 주변에는 총격을 가해 저지할 만큼 중요한 보안시설이 없다는 점에서 결코 우발적 사건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이진아 동아닷컴 인턴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정주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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