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청와대로 가자”… 서울 도심 연이틀 경찰과 대치

  • 입력 2008년 6월 2일 02시 57분


서울 세종로 ‘촛불 vs 경찰’ 1일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세종로 사거리의 도로를 막은 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서울 세종로 ‘촛불 vs 경찰’ 1일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세종로 사거리의 도로를 막은 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물포’ 첫 등장 서울 종로구 광화문 주변 도로에서 집회를 가진 시위대가 1일 새벽 청와대로 향하려고 하자 경찰이 물포를 쏘며 막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가두시위로 번진 후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포를 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영한 기자
‘물포’ 첫 등장 서울 종로구 광화문 주변 도로에서 집회를 가진 시위대가 1일 새벽 청와대로 향하려고 하자 경찰이 물포를 쏘며 막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가두시위로 번진 후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포를 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영한 기자
‘美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갈수록 격화

어제 낮부터 가두행진… 청와대 진입로 심야 공방

세종로 시위대, 전경버스 4대 밧줄로 묶어 끌어내

주말엔 청와대 1km 앞 몸싸움… 저지선 한때 뚫려

거리 촛불행진이 시작된 지 1주일 만인 지난달 31일 청와대를 1km 앞둔 최종 저지선이 시위대에 뚫렸다.

집회는 이튿날까지 계속돼 1일에는 시위대가 낮부터 거리행진을 벌이며 두 차례나 청와대 진입을 시도했다.

주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이틀간 6만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다. 지난달 2일 집회가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였다.

시위대의 구호도 ‘고시 철폐’ 등 쇠고기 관련보다 ‘독재 타도’, ‘명박 퇴진’ 등 반정부 내용이 많았다.

경찰은 물포와 분말소화기를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했고 경찰특공대를 처음 투입해 시위대를 연행했다.

▽두 차례 거리행진=밤샘시위에 참여했던 500여 명은 1일 오전 9시 서울광장에서 아침을 맞았다.

일부는 자리를 깔고 누웠고 일부는 이불을 몸에 두른 모습이었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시위대는 4000여 명으로 늘었다.

회사원 김정인(35) 씨는 “새벽에 물포에 맞아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이번엔 방수가방에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아예 챙겨왔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광장에는 젖은 옷을 갈아입고 나온 사람, 김밥 등을 들고 나온 사람들로 다시 북적였다.

오후 4시 20분. 자리를 잡고 앉아 있던 시위대가 일어섰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주부와 중고교생이 전면에 나서 ‘진실을 감추는 언론과 무지한 어른들 반성하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태평로 차도로 뛰어 나왔다.

경찰은 예기치 못한 거리행렬에 손을 쓰지 못하고 허둥댔다. 시위대는 순식간에 세종로와 광화문을 지나 경복궁역 앞까지 진출했다.

자하문길을 봉쇄하던 경찰이 행진을 막아서자 시위대는 6시까지 연좌시위를 벌였다. 오후 7시 서울광장으로 집회 참가자들이 다시 모여들었다.

자유발언자로 나선 30대 여성은 “지금 다 된 밥상에 국회의원들이 숟가락만 들고 온 것 같다. 오늘 온 국회의원들도 인사만 하지 말고 물포도 맞고 가라”고 외쳤다.

이날 정세균 의원 등 통합민주당 소속 의원 40여 명은 명동에서 ‘미 쇠고기 협상 촉구 및 장관고시 강행 규탄대회’를 갖고 서울광장 집회에 참석했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당 깃발을 내리라는 시위대의 요청을 받기도 했다. 천정배 의원 등 일부 의원은 거리행진에도 참여했다.

그 사이 경찰은 청와대 진입로 곳곳에 전경차량으로 벽을 설치했다.

2만여 명이 오후 7시 20분부터 2차 행진을 시도했지만 세종로 사거리에서 차벽에 막혔다.

경찰과 대치하던 일부 시위대는 오후 10시 반경, 겹겹이 쌓인 차벽 사이로 빠져나가기 위해 전경버스에 올라타 운전을 시도했다. 시동이 안 걸리자 버스에 밧줄을 묶어 끌어당겼다.

시위대가 밧줄을 묶은 전경버스가 움직일 때마다 시위대는 환호했다.

경찰은 “경찰차량 절취는 명백한 불법행위로 형사처벌 될 수 있다. 불법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방송을 여러 차례 했지만 결국 전경버스 1대가 먼저, 나중에 2대가 더 시위대 쪽으로 끌려 나갔다.

또 세종로 쪽으로 이동하던 중부소방서 소속 소방차량 1대가 세종로 쪽으로 이동하다 시위대 200여 명에게 포위됐다.

시위대가 “물을 빼라”며 압박하자 소방차량은 탱크를 가득 채웠던 물 1만 L를 바닥에 모두 쏟아내고 자리를 뜰 수 있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소화기분말을 뿌리며 오후 11시 반 강제해산에 나섰지만 경찰에 맞서 대치하던 시위대는 2일 0시 반경 전경차량 1대를 더 끌어내 결국 차벽을 뚫었다.

이때부터 경찰이 시위대 진압에 나서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크게 불어난 시위대=지난달 31일 오후 6시 반경. 서울광장에 50여 명의 ‘유모차 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를 업고, 안고, 유모차에 태운 시위 참가자들은 종각역을 시작으로 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미친 소 수입반대”를 외치며 ‘건강하게 자라고 싶다’고 적힌 노란색 풍선을 흔들었다.

집회가 시작된 오후 7시경 서울광장 일대에는 4만여 명의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 참석자가 눈에 많이 띄었다.

잠실에 사는 박인식(40) 씨는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것 같아 아들딸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서대문과 종로 쪽으로 흩어져 행진하던 시위대는 오후 10시 40분 경찰이 최종 저지선으로 정한 경복궁과 동십자각에서 만났다.

경찰은 오후 11시 50분, 시위대를 향해 물포와 분말소화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생수통을 던지며 격렬하게 항의했고 “이명박 퇴진” “독재 타도”를 외쳤다.

1일 0시 반경, 시위대 200명이 경복궁 담을 넘어 청와대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특공대 117명이 해산 경고를 무시하는 30명을 붙잡았다.

서울뿐만 아니라 대전, 광주, 부산, 청주 등 주요 도시에서도 주말 촛불집회가 열려 모두 2만여 명이 참석했다. 독일, 프랑스, 뉴질랜드 등 해외 교포 사이에서도 촛불집회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시위도 ‘웹 2.0’▼

인터넷 생중계 보며 누리꾼들 댓글 참여

회사원 박모(35) 씨는 지난달 31일 밤과 1일 새벽 시위 현장을 중계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여러 통을 받았다. 휴대전화에 ‘청와대 인근 경복궁역까지 군중 세종로 진출’ ‘경찰 무차별 물대포 살포’ 등의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들어왔다.

대학생 김모(26) 씨는 촛불집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인터넷 현장 생중계를 선택했다. 김 씨는 이를 지켜보며 자신의 블로그에 시간대별로 상황을 정리해 올렸다.

일반인이 직접 참여하고 소통하는 ‘웹 2.0’이 이번 촛불시위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번 촛불시위에서는 시민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시위를 이끌어가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이 1일 인터넷 게시판에 “평화시위를 보장하라는 외침에 경찰이 소화기를 쏘며 대응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원하는 소통과 청와대가 원하는 소통의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며 경찰의 강제 진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자 4000여 명의 누리꾼이 댓글을 달아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허위 정보가 유통될 경우 이를 거를 수 있는 장치가 없어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5월 17일 단체 휴교’ 문자메시지나 이번 집회와 관련이 없는 ‘백골단 투입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 나르기’ 되면서 큰 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확성기녀’나 시위대가 ‘프락치’로 지목한 사람의 얼굴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것은 초상권 침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비해 경찰은 ‘아날로그’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불법 시위를 엄단하겠다며 시위대를 연행한 첫날 경찰청 홈페이지에는 ‘나도 잡아가라’며 사이버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새로운 시위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석동율 기자


▲ 영상취재 : 김한준 동아닷컴 객원기자


▲ 영상취재 : 김한준 동아닷컴 객원기자


▲ 영상취재 : 김한준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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