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표 증가 상위 20곳 모두 ‘개발 기대감’ 작용

  • 입력 2008년 5월 2일 02시 59분


#2000년 초반까지 달동네로 불릴 만큼 열악했던 서울 성동구 금호동은 한창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2011년까지 23구역으로 나눠 진행되는 재개발 지역에 금호동은 거의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금호동 내에서는 동네마다 서로 빨리 재개발에 착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지역 관계자는 “서울시장, 구청장, 기초단체의원은 물론이고 재개발 조합장들도 대부분 한나라당 성향이다. 지역 재개발 발전을 위해서는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금호2가동은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이 17대 총선 때보다 24.3%포인트가 올라 서울에서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다.

#18대 총선 기간 서울 양천구 목동 쓰레기 소각장 앞에는 약 400명의 주민이 몰려들어 ‘쓰레기 소각장 광역화 반대’를 외치며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2005년 서울시의회에서 ‘소각장 광역화’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인접 지역의 쓰레기가 양천구로 오게 됐기 때문이다. 목동 주민들은 한나라당 출신인 지역 광역의원이 조례 개정을 막지 못했다며 한나라당에 반감을 드러냈고 자연스레 현역 의원인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에게도 화살이 돌아갔다. 원 의원 측은 “이 일로 원 의원이 한동안 오세훈 서울시장과 말도 안 했다”고 말했다.

목5, 6동은 17대에 비해 18대 때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이 각각 12.9%포인트, 21.3%포인트가 떨어져 서울에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본보는 17대와 18대 총선에서 나타난 서울 표심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487개 읍면동(18대 기준)을 대상으로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 변화를 분석했다. 민주당 표심의 경우 17대 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힘들다는 자문 교수들의 판단 아래 분석에서 제외했다.

18대 총선에서 17대에 비해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이 떨어진 지역은 487개 읍면동 중 45개에 불과했다. 서울 전체 동에서 한나라당의 강세가 두드러진 데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반감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 가운데 지역 공약, 특히 재개발, 뉴타운 등 지역 개발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심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지역관계자들의 일치된 얘기다.

▽한나라당 득표율 많이 오른 상위 20곳 모두 개발심리와 연관=18대 총선에서 17대 때에 비해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이 가장 많이 오른 상위 20개 동은 성동구 8개, 서초구 4개, 동작·도봉구 각 3개, 강동구 2개 등이었다.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금호1∼4가동은 모두 상위 20위권이었다. 성동 성수1가1동과 2가1동도 상위 20위 안에 들었는데 성수동은 자동차, 제지, 인쇄업 등 낙후된 공장이 몰려 있는 곳으로 후보들이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등의 개발공약을 내세운 곳이다.

서초구 방배본동, 방배1, 4동도 상위 20위권이다. 방배동은 2, 3차 뉴타운 지정 때 후보군에 올라 있어 뉴타운 개발 기대감이 큰 지역이다. 또 방배역 주변에 재건축이 추진되는 등 동네 전체가 재개발 기대감이 큰 지역이다.

동작구 사당4, 5동과 흑석동도 상위 20위 안에 들었는데 사당동은 소규모지만 재개발,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가 많고 선거 기간 뉴타운 지정 공약 때문에 뉴타운 기대심리가 높아졌다. 흑석동은 3차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강동구 강일동과 천호2동도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이 17대 때에 비해 각각 23.2%포인트, 18.1%포인트 올랐다. 이는 강일동 지역이 최근 개발제한구역에서 풀리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됐고, 천호동도 천호뉴타운으로 지정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각 정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종합부동산세도 영향?=18대 총선 때 서울에서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서초구 반포동으로 반포본동(81%)과 반포2동(76.6%), 3동(76.7%), 4동(77.7%)이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 상위 5위 안에 들 정도였다. 이들 지역은 17대 때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이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이었던 지역이다.

지역 관계자는 “반포동은 1980년대 초 지어진 아파트에 살고 있는 1만3000여 명의 주민이 재개발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 여당에 유리했다”며 “특히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종부세 폐지라는 점에서 17대 국회에서 1가구 1주택 종부세 면제를 추진했던 한나라당 이혜훈 후보에게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남구 압구정1, 2동은 17대 때에 비해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이 5%포인트, 4.6%포인트 떨어졌다. 지역 관계자는 “한나라당 후보가 종부세 폐지보다 종부세 완화를 외친 반면 다른 정당 후보들은 종부세 폐지를 내세웠다. 주민들로서는 한나라당 후보의 종부세 폐지 의지가 약하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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