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課 어떻게 되나”…행안부 개편안에 정부부처 술렁

  • 입력 2008년 5월 2일 02시 59분


“2월 정부조직 개편 때와 비교할 수 없는 구조조정의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보건복지가족부 A 과장)

“모든 부처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건 정말 불합리하다.”(공정거래위원회 B 국장)

행정안전부가 28개 과나 팀을 감축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조직개편안을 확정하자 정부 중앙부처들이 ‘2차 구조조정’에 대한 두려움으로 술렁이고 있다.

행안부의 방침이 그대로 적용되면 부처 내 과의 개수가 20∼30% 줄고, 그만큼 보직도 줄어 공무원 사회에 구조조정 회오리가 몰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직개편을 주도하고 있는 행안부는 1일 “행안부의 방침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냐”고 묻는 각 부처 인사 담당자들의 문의가 몰려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행안부의 방침은 강제사항이 아니고 부처 자율로 결정할 일로 보이지만 행안부가 먼저 모범을 보여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도 “해양수산부를 통합하면서 기존 조직을 5실3국 체제로 압축해 조직을 더 개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드시 줄여야 한다면 건설, 교통, 해운 등 부문별로 할당하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특히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법무부 등 15명 미만의 과가 많은 부처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 컸다.

재정부 세제실의 각 과는 8명 정도로 구성돼 각각 법인세 재산세 부가가치세 등 전문영역을 맡고 있다. 각 과를 15명 이상으로 만들라는 행안부 방침대로라면 2개 과를 묶어 한 명의 과장이 관리하고 나머지 과장은 보직을 잃어야 하는 셈이다.

정부의 한 과장은 “늘어난 업무 때문에 심도 있는 정책 검토가 어려울 수 있다”며 “사무관이 올리는 서류에 ‘도장’만 찍는 일이 비일비재해질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외교부는 전 세계를 지역으로 나눠 과를 설치하고 있는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고 국이 통폐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8월 2개국으로 나뉜 아시아·태평양국이 다시 생기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조직개편은 부처 내의 군살 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장이 과장 자리로, 과장이 과원으로 내려앉는 일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행안부의 한 과장은 “행안부 내에서만 20명 이상의 과장이 자리를 잃고 다른 과장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누가 대상자가 될지 몰라 조직의 동요가 무척 심하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고위공무원단 중 35명을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이는 외교부는 정년을 1, 2년 앞둔 무보직 대사들에게 퇴직을 권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민간기업은 간부가 보직을 잃으면 옷을 벗고 나가지만 공무원 조직은 다르다”며 “끝까지 버티는 간부들이 하위 보직으로 내려오는 연쇄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월부터 이어진 조직개편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았다.

최근 다른 부처와 통합된 한 부처의 C 과장은 “이사 온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또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조직개편 이후 새벽에 출근하고, 주말에도 나와 일했는데 15개 과가 없어진다는 말이 들려 일손이 통 잡히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도 3일 구조조정 반대와 공무원 연금법 개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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