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별명이 불도저라는데” 李 “컴퓨터 달린 컴도저”

  • 입력 2008년 4월 21일 02시 54분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은 19일 오전 9시 30분(현지 시간)에 시작돼 당초 예정보다 20분 길어진 10시 50분까지 진행됐다. 회담은 당초 이날 오전 10시 5분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공동 기자회견문 내용과 문구 조율을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미국 측 제안에 따라 35분 앞당겨졌다.

○ “우리는 친구”

부시 대통령은 1박 2일 동안 이 대통령을 ‘Friend(친구)’로 칭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캠프데이비드에 도착한 뒤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 내외가 바쁜데 이틀씩이나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자 부시 대통령은 “친구로서 당연한 것 아니냐”고 화답했다는 것.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이) 파병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친구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리트머스(시험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 중 웃으며 “잠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할 텐데 ‘불도저’라는 별명을 언급해도 괜찮겠느냐”고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사실은 컴퓨터가 달린 불도저다. ‘컴도저’라고 한다”고 말해 분위기를 띄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 도착하자마자 로라 부시 여사를 향해 ‘굿모닝 로라’라고 인사를 하는 등 친근감을 표시했다.

○ 기후협약에는 신경전

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6자회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진행시킬 것”이라고 하자 부시 대통령은 “댓츠 굿(That’s good· 좋다)”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 같이 대응하자”라고 말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놀랍고 감사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듣기에 따라선 “의외로 들린다”는 뉘앙스를 느끼게 하는 대목. 이에 부시 대통령은 “교토의정서는 나쁜 협정”이라고 한 뒤 “그렇지만 중요한 과제니까…”라고 받아 넘겼다.○ 헬기 사라질때까지 환송

당초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점심식사는 두 정상과 두 퍼스트레이디가 따로 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로라 여사의 제의에 따라 회담장인 ‘로렐 캐빈’ 인근 야외 테이블에서 부부동반 오찬이 열렸다.

테이블 세팅까지 직접 한 로라 여사가 준비한 오찬 메뉴는 프라이드치킨, 포테이토 샐러드, 옥수수 머핀, 데블스 에그(일종의 계란요리), 코코아 케이크 등이었다고 한다.

식사 후 부시 대통령은 두 번째 순방지로 향하기 위해 앤드루스 공군기지행 헬기를 탄 이 대통령과 다시 한 번 악수한 뒤 헬기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환송했다.

워싱턴=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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