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결산-단체장들의 비전과 희망

  • 입력 2008년 3월 22일 03시 00분


시도지사 16인 “규제 풀어야 투자 - 일자리 늘고 경제도 산다”

《본보는 4일자부터 21일자까지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시도지사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16개 시도지사 전원을 인터뷰해 게재했다.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지방 살림의 최고 책임자인 광역시장과 도지사들의 비전과 중앙정부에 대한 주문을 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새만금 부산항 등 지역특성 살린 개발프로젝트 앞다퉈 내놔

새로운 성장엔진 ‘정보통신 생명공학 관광산업’ 한목소리

수도권 규제완화엔 “함께 살수 있는 길 찾아야” 미묘한 변화

각자의 인터뷰는 언뜻 ‘자기 지방’ 얘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든 인터뷰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가 있다. ‘경제’다. 이들의 일정은 지역개발, 국내외 투자 및 국제행사 유치에 몰려 있다. 너나할 것 없이 규제완화도 요구한다. 모두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다. 열심히 뛴 결과는 무엇으로 보여줄 것인가. ‘일자리’다.

이들은 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등 첨단산업과 관광 의료 교육 등 서비스산업을 꼽고, 외국과 돈 사람 물건을 활발하게 주고받는 글로벌 교역을 추구하고 있다. 상당수 지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앙정부의 지원이나 배려에서 소외당했다고 말하는 것도 비슷하다.

▽자산을 활용하라, 권역을 나눠 개발하라=강원은 동해안과 자연을 활용한 ‘참살이(웰빙)도(道)’를 꿈꾸고, 전북은 광대한 새만금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전남은 다도해를 해양관광지로, 경남은 남해안벨트를 한반도의 전진기지로 가꾸고 있다. 부산과 인천은 각각 부산항과 인천국제공항을 세계 물류거점으로, 대전은 대덕연구단지를 ‘국제비즈니스벨트’의 중심지로 키우려 한다. 경기는 서해안을 대(對)중국 관광레저도시로 만들고, 서울은 문화와 디자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시도를 서너 곳으로 나눠 집중 개발하는 전략도 비슷하다. 경북처럼 ‘동부연안권’을 에너지클러스터로, ‘북부자연권’을 문화관광지로, ‘서남부권’을 첨단산업지역으로 개발하는 식이다. 다만 같은 도내에서도 발전 속도가 더딘 지역이 발생하는 것이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IT와 BT, 관광, 서비스산업으로=대부분의 시도지사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은 것이 IT와 BT, 관광, 서비스산업이었다. 부가가치가 높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며, 지속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들 산업을 결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깊은 산속에 전화나 TV가 없는 ‘청정지역’을 만들어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구상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각 시도의 대형 프로젝트는 ‘단일 테마’가 아니라 관광 레저 스포츠 숙박 교육 등 복합기능을 갖춘 멀티 콤플렉스로 개발하고 있는 것도 트렌드다.

▽규제를 풀어라, 권한을 이양하라=규제완화에는 이의가 없다. 시도지사들은 “너무 규제가 심해 돌 하나도 옮기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개발도 힘들고 자본도 안 들어온다는 것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규제 개혁을 하지 않고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완화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 인천 경기는 당장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지역은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 지방 경제는 죽는다. 수도권 규제는 국민적 합의 사항”(정우택 충북지사)이라고 반대한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규제는 필요하다는 논리다.

다만 이 주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비수도권 지사들이 “절대로 안 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으나 새 정부 들어서는 “지방을 먼저 살리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거나 “수도권과 지방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한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수도권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거기에만 얽매이지는 않겠다”고 말한다. 자생력을 기르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관되게 규제완화를 주장해 온 이명박 대통령의 노선을 의식해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으로 권한을 넘기라는 요구도 많다. “지방도 이제는 책임행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박맹우 울산시장)이며, “권한과 함께 책임도 물으면 되지 않느냐”(김관용 경북지사)는 것이다.

▽우리만 손해를 봤다?=흔히 경부선이 통과하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중앙정부의 도움을 많이 받아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 지역 지사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도세(道勢)에 비해 지원이 적었다거나, 국가적 프로젝트가 하나도 없다거나, 지역의 숙원사업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푸대접을 받아왔다고 알려진 지역의 지사들이 들으면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들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소외를 다독여 주는 방법으로 숙원사업 해결을 요구한다. 광주는 호남고속철의 조기 완공을, 제주는 특별자치도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대구는 K2 비행장의 이전을 원하고 있다. 지역의 허브 역할을 할 신국제공항 건설도 서너 곳에서 요구하고 있다.

▽대운하를 찬성하는 이유는?=일부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고 있지만 경남 전남 경북 경기지사와 부산 및 대구시장은 공개적으로 대운하 건설에 찬성한다. 운하 건설을 통해 낙후지역을 물류와 관광거점으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김태호 경남지사는 “내륙과 연안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대운하를 시범 착공할 용의가 있다”고까지 했다.

시도지사들을 인터뷰하며 대부분의 시도지사가 자기 시도의 심벌 배지를 달고 있는 것을 눈여겨봤다. 주민에게 직접 선택받은 ‘민선 도지사’의 무게와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예전의 ‘관선 지사’에 비해 그만큼 책임도 늘었다. 자신이 내건 ‘공약’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안락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투자 유치에 매달리고, 조직을 바꾸고, 공무원의 의식 변화를 독려하는 이유다.

정리=심규선 편집국 부국장

-<1>김진선 강원지사 <2>김완주 전북지사 <3>박광태 광주시장
-<4>김태환 제주지사 <5>박준영 전남지사 <6>허남식 부산시장
-<7>박성효 대전시장 <8>김태호 경남지사 <9>박맹우 울산시장
-<10>이완구 충남지사 <11>정우택 충북지사<12>김범일 대구시장
-<13> 김관용 경북지사 <14>안상수 인천시장 <15> 김문수 경기지사
-<16>오세훈 서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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