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출신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 내정자 눈길

  • 입력 2008년 3월 11일 02시 54분


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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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혁신’ 높이 사 파격 발탁

김주성(61·사진)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기용된 데 대해 국정원 안팎에서는 파격적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005년 12월 5일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취임했던 김 실장 내정자는 전문 경영인 출신이다.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코오롱그룹에서 30여 년 동안 요직을 두루 거친 김 실장 내정자는 코오롱상사 사장을 지낸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세종문화화관 사장 취임 때도 문화 예술계에서는 의외라는 시각이 많았으나 그는 노사 대립과 상호 고발 등 ‘말 많고 탈도 많은’ 세종문화회관의 면모를 일신했다. 서울시장 시절 김 실장 내정자를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발탁했던 이 대통령은 그의 개혁성과 추진력을 높이 사 이번에 국정원 기조실장에 기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기조실장은 연간 8000억∼9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국정원 전체 예산과 조직 관리를 책임지는 핵심 실세다. 역대 대통령들은 이 자리에 ‘심복’들을 기용해 왔다.

이번 인사는 새 정부 들어 단행된 인사 중 파격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고, 국정원과 공직사회에까지 충격과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국정원 안살림을 맡게 됐으니 조직 내부에 엄청난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실장 내정자는 지난주 기자와 만나 세종문화회관을 공연 관람자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2년여 동안 조직 구성원 및 문화 예술인들과 했던 씨름을 ‘사투(死鬪)’에 비유했다.

그는 먼저 “30여 년 묵은 세종문화회관 건물 주변에 붙어 있는 묵은 껌들을 떼 내는 데에만 취임 후 한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껌을 보고 환경미화원들을 계단에 불러 모아 “껌도 쓰레기다”라고 복창하게 했더니 한 달가량 지나서야 껌을 떼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은 대갓집 거실 같은 분위기여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대극장 로비에 분식집처럼 버티고 있던 공간도 부임 1주일 만에 철거했다. 이어 여성 관람객들이 공연 중간에 화장실에서 길게 줄을 서는 것을 보고 남녀 화장실의 비율을 종전 7 대 3에서 3 대 7로 바꿨다. 공연장 뒤 주차장을 공원으로 꾸며 각종 무료공연 장소로 활용토록 했고, ‘시골 다방’ 같다는 얘기를 들었던 커피숍도 호텔 수준의 뷔페식당으로 바꿔 광화문의 명소로 만들었다.

각종 회의 및 행사장으로 사용되던 컨벤션센터를 고급 실내악 전용홀로 꾸몄고, 440석 규모였던 소극장을 639석 규모의 뮤지컬 연극 오페라 전문 공연장으로 리모델링했다. 특히 대극장 3층 뒷좌석 관객들을 위한 와이드 스크린을 설치해 출연자의 동작이나 표정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예술단 및 단원에 대한 평가제를 도입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공연 시작 시간도 ‘칼같이’ 지키도록 했다.

또 대관 등 각종 제도를 공연자 중심으로 고쳤으며, 경비 청소 방재 부문은 전자입찰을 통해 투명성을 제고했다.

하지만 일부 공연에서 러닝 개런티 제도를 도입해 공연단체들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다.

김 실장 내정자의 개혁 덕분에 세종문화회관의 재정 자립도는 2005년 23.8%에서 2007년에는 31.8%(예상)로 높아졌다.

그는 “부임 후 1년 6개월가량 엄청난 투서와 음해에 시달렸다”면서 “임기가 9개월 남짓 남았지만 연임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 이때쯤 국정원 기조실장 언질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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