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데이비드, 특별한 우애 과시하는 ‘코드원 별장’

  • 입력 2008년 3월 7일 02시 46분


■ 내달 한미정상회담 열리는 ‘캠프데이비드’

"미국 외교에서 정상 간의 '케미스트리'(chemistry·정서적 호응)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 워싱턴 한 외교전문가의 말이다. '외교는 국익만 있을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미국의 외교사에선 '정상 간의 결이 맞지 않아 삐걱거렸던 사례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미국 지도자들은 정상외교에서 파트너와의 친밀감을 특히 강조해 왔다. 이들은 친밀감을 과시하는, 또는 친밀감을 쌓고 싶다는 의사 표시로 호젓한 장소에서의 만남을 제의하곤 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외국 정상을 초청해 친밀감을 나눠 온 가장 주요한 장소는 메릴랜드 주 캠프데이비드 별장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곳 외에도 자신의 고향인 텍사스의 크로퍼드 목장 초대를 '특별한 우애'의 표현으로 삼고 있다.

캠프데이비드 별장은 백악관에서 110km가량 북서쪽에 있다, 헬기로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캐톡틴 산의 우거진 숲 속, 해발 600m 지점이어서 워싱턴보다 6도 가량 기온이 낮다. 해군과 해병대가 관리하며 철통같은 보안이 지켜진다. 총면적 50만㎡에 수영장, 퍼팅그린, 골프연습장, 테니스장, 40km 길이의 산책로 등 편의시설과 대통령 부부 숙소, 여러 채의 영빈관용 별채로 이뤄져 있다.

1938년 연방공무원 가족 휴양소로 문을 열었지만 1942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주말별장으로 쓰면서 대통령 전용 별장이 됐다. 당초 이름은 '샹그리라'였는데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자기 손자 이름을 따서 개칭했다.

이곳에서는 수많은 역사적 회동이 이뤄졌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9년 소련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흐루쇼프 총리 (공산당 제1서기)와 외부와 단절된 듯한 분위기속에서 미소 양 진영의 공존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1년 6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첫 방미는 물론 할아버지 때부터 양가가 인연을 맺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난해 4월 방미 때도 이곳으로 초청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열린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현 총리와의 회담은 백악관에서 열렸다.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때는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놓고 미일 간에 갈등이 있는 상태였다.

지난해 8월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지 3개월째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캠프데이비드로 불러 환대한 일은 그 직전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 시절까지 냉랭했던 미-불 관계를 복원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 대통령은 아직 캠프데이비드나 크로퍼드에 초청된 일이 없다. 2005년 초 백악관이 이라크 파병에 대한 감사와 한미관계 강화를 위해 그해 여름으로 예정된(결국 6월에 열림) 정상회담 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크로퍼드 목장에 초대하고 싶다는 의사를 청와대에 비공식 전달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일부 참모가 반대해 없던 얘기가 됐다가 뒤늦게 한국 측이 수락의사를 밝혔으나 백악관이 거절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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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프간 정상 , 캠프 데이비드서 회담<로이터/동아닷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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