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사필귀정… 李대통령 사과하라”

  • 입력 2008년 2월 28일 02시 55분


“강한 야당 인상 심어 총선에 도움될 것”

일각선 “靑이 쉽게 백기들어 김빠졌다”

통합민주당은 대통령 선거 참패 이후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는 분위기다. 내친김에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27일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이명박 정부가 잘못 내딛는 발걸음에 대해 국민과 야당이 ‘발목잡기’를 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장관 후보자가 3명이나 사퇴를 한 것은 이 정부의 도덕성에 얼마나 큰 하자가 있는지 백일하에 드러난 사건”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후임 인사는 제대로 된 인물로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번 결과로 국민에게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강한 야당’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 줬다고 자평하고 있다.

민주당이 25일 남, 박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거부 방침에 이어 26일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 표결 연기라는 초강수를 선택할 때만 해도 내부에서는 ‘외줄타기’라는 지적도 많았다. ‘국정 마비’를 유도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림에 따라 결과적으로 정국 주도권을 거머쥐게 됐을 뿐 아니라 ‘4·9 총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신고식을 화끈하게 잘 치른 느낌이다. 이제 다소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9일로 예정된 한 총리 후보자 인준에서도 ‘반대 당론’보다는 자유투표나 ‘권고적 반대 당론’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너무 쉽게 백기를 들어 아쉽다는 역설적 반응도 있다. 총선이 아직 40여 일 남은 만큼 조각 논쟁을 최대한 오래 끌고 가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이영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해서도 거취를 정하라고 압박한 것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한나라“빠른 결단 다행… 이젠 野가 협조를”▼

“대통령이 黨의견 수용… 黨靑관계 청신호”

“더이상 총리인준 발목잡지 말라” 野 압박

한나라당은 27일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대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그래도 빨리 결정이 내려져 다행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두 후보자가 사퇴함에 따라 “이제는 통합민주당이 답할 차례”라며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를 요구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잘못된 일이 바로잡아져 다행스럽다”면서 “초기 인사검증시스템이 안착되지 못한 과정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이었고, 시스템이 정착하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 대변인은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해 “적반하장”이라며 “과거 이해찬 전 총리 등의 경우에 자신들이 어떻게 했는지 돌아보라”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당의 의견을 수용해 줘 원활한 당-청 관계의 시금석이 됐으며 국민을 섬기겠다는 뜻을 잘 보여 준 것 같다”며 “청와대는 인사검증시스템을 점검해서 필요하다면 조직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안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준 만큼 민주당은 더는 총리 인준의 발목을 잡지 말고 국정과 내각이 제대로 출범할 수 있게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26일 종일 잇달아 열린 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 최고위원·중진회의에서는 두 장관 후보자의 자질과 청와대 인선 과정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고 이는 밤늦게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27일 오전 1시 강재섭 대표에게 안 원내대표와 함께 청와대로 들어올 것을 요청했고 조찬회동에서 당의 견해를 청취한 뒤 사실상 마음을 굳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청문회도 하기 전에 2명의 후보자를 경질하며 여론과 야당의 요구에 응했는데, 또다시 총리 인준에 문제가 생기면 그로 인한 국정 파행의 책임은 고스란히 민주당에 돌아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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