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총정원 증원 가능’ 단서… 차기정부에 부담 넘겨

  • 입력 2008년 2월 5일 03시 00분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합동브리핑 룸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선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합동브리핑 룸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선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 교육부,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확정발표

《교육인적자원부가 4일 청와대의 끈질긴 요구를 일부 수용해 탈락한 지방 대학 중에서 구제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선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을 확정했다. 하지만 교육부와 청와대가 대립 끝에 발표해 총정원 증원 논란 등 갈등의 불씨가 있는 내용을 포함시켜 ‘미봉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법학교육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원안대로 고수하기 위해 이날 최종 발표 직전까지도 청와대와 막판 조율을 시도했다. 청와대는 특정 지역의 대학이 추가 선정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는 생색을 내기 위해 차기 정부에 분란의 소지가 큰 짐을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추가 선정 가능성 열어=교육부는 일단 법학교육위가 정한 25개 대학과 대학별 정원을 최종안으로 확정 발표했지만 9월 본인가 때 추가하거나 총정원 증원 등의 상황이 생길 경우 탈락 대학 중에서 선정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한 곳도 선정되지 못한 경남과 충남지역의 로스쿨 신청 대학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

우선 예비인가를 받은 대학이 9월 본인가 때까지 이행상황이 부진해 인가를 취소당하거나 정원을 감축당하는 경우다.

그러나 대부분 대학이 예비인가 준비과정에서 이미 요건을 상당히 충족했거나 실제 여건보다 적은 정원을 배정받았기 때문에 기준 요건 미달로 중도 탈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총정원이 늘어 대학을 추가하는 경우다. 총정원이 늘어나면 예비인가에서 제외된 지역의 대학뿐만 아니라 나머지 대학도 추가 선정과 정원 확대 경쟁에 뛰어들 판이다.

교육부는 오랜 진통 끝에 지난해 2009년 총정원을 2000명으로 확정했지만 이번 단서 조항으로 인해 총정원 논의가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정부 짐으로=2009년부터 총정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열림에 따라 로스쿨 본인가 확정 문제는 차기 정부에 큰 부담으로 남게 됐다.

교육부는 당초 예비인가 확정 발표 예정일이었던 지난달 31일 이후 계속 청와대와 조율을 성사시키기 위해 밤낮으로 뛰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교육부 일각에서는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사퇴의 배수진을 치고 원안 관철을 고집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교육부 간부들도 “법학교육위 심의 결과를 바꿀 경우 2009년 개교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면서 이례적으로 강경한 태도와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내년 3월 로스쿨 개원’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강조하던 원칙을 일부 포기하고 청와대의 요구를 수용했다. 김 부총리는 4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및 청와대 간부들과 조찬 회동을 가진 ‘마지막 조율’ 현장에서 청와대의 강력한 주장에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및 정원
권역인가 대학배정 인원
(명)
서울서울대 150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120
이화여대 한양대100
경희대60
서울시립대 아주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50
강원대 건국대 서강대40
대전충남대100
충북대70
광주전남대120
전북대80
원광대60
제주대40
대구경북대120
영남대70
부산부산대120
동아대80
자료: 교육인적자원부

▽총정원 증원 가능할까=당장 4월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 선거 출마자들이 로스쿨 총정원 증원을 앞 다퉈 공약으로 내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교육부의 단서에 따라 추가 선정에서 우선순위를 점하게 된 경남과 충남 지역은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지역 단체들까지 매달려 총정원 증원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 총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한국법학교수회와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을 들어 법무부 장관 및 법원행정처장과 합의해야 한다.

하지만 법조계는 2000명도 많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 증원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지부진한 힘겨루기가 몇 달간 계속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총정원 증원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법무부가 마련 중인 변호사시험 합격률 등 변호사 배출 규모 자체가 늘어나지 않는 한 ‘로스쿨 총정원 증원=고시 낭인 양산’으로 직결돼 일본의 로스쿨 실패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총정원 최종 승인 과정에서 국회의 요구를 수용하라고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9월 본인가 이후에도 총정원 증원 실랑이를 이어갈 경우 로스쿨 인가를 둘러싼 갈등은 개교 직전까지 계속될 수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교육부 일문일답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4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을 25곳으로 확정 발표했다. 다음은 김 부총리와의 일문일답.

―단서 조항을 넣은 것은 청와대와 조율한 결과인가.

“지역균형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교육부의 방침이다. 잉여정원이 발생하거나 적절한 법적 절차에 의해 총 입학정원이 증원될 경우 지역균형을 우선 고려해 탈락한 대학을 추가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언제 추가 선정되나.

“예비인가를 받은 대학들이 그동안 많은 이행계획을 제출했다. 9월 본 인가 때까지 이를 점검한 뒤 정원감축 등으로 잉여정원이 발생한 경우 그런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평가점수가 낮은 대학도 지역균형을 고려해 추가 선정하겠다는 뜻인가.

“로스쿨은 유능한 법조인을 배출하겠다는 수월성의 원칙과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모두 고려해 선정했다. 평가점수라는 하나의 축만 가지고 결정할 순 없다.”

이어 법학교육위원으로 참여한 김정기 차관보가 보충 설명을 했다.

―잉여정원이 발생하지 않거나 인가 취소를 받는 대학이 나오지 않을 경우엔 총입학정원을 늘리나.

“잉여정원이 발생할 경우와 총정원을 늘리는 경우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하겠다. 총입학정원을 늘리는 것은 법조계와 국회 등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므로 교육부가 나서서 추진할 사항은 아니다.”

―대학별 평가점수를 공개하나.

“대학별 성적과 심사 내용 등을 모두 법학교육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공개하겠다. 그러나 정보공개법에도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게 돼 있다. 9월 본 인가가 끝나고 대학들의 행정소송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공개할 예정이다. 공개 범위 등은 법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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