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때는 속전속결…인사는 ‘심四숙고’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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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총리와 각료, 청와대 비서진 인선에 대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면서 인사 스타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인수위 출범 후 정부 조직 개편안, 대입 3단계 자율화 등 굵직한 정책 현안을 잇달아 쏟아내는 ‘불도저’식 일처리에 비해 인사는 매우 대조적이라는 평이 많다. 측근들은 이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① 복수의 비선 라인 가동

A, B, C 팀에서 각각 인선 작업을 별도로 하고 있어 유력 후보들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한 측근은 “이 당선인의 복심(腹心)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인선 작업을 총괄하고 있지만 다른 라인에서도 별도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 그룹에 권한이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막는 이른바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 전략이자, 라인 간 경쟁을 통해 최상의 결과물을 유도하는 당선인의 특유의 용인술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② 절대 보안

이 당선인은 인선만큼은 절대 보안 속에서 진행해야 제대로 사람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을 수시로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에 대한 판단이 잘 안 선다고 사전에 인선 내용 중 일부를 흘려 여론의 동향을 알아보는 방식도 질색한다고 한다. 이 당선인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1층의 비즈니스 라운지 등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 인선 등을 논의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③ 직접 알아보기

당사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만나서 자신의 국정 철학과 맞는지 검토한다고 한다. 보안에 주의하는 것도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야 자신이 쓰려는 사람의 진심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 이 당선인은 인선 과정에서 주요 후보들의 ‘존안 자료’를 그다지 참고하지 않았다는데 ‘내가 직접 만나 알아보겠다’는 그의 의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④ 눈치 보는 사람은 ‘별로’

중요한 순간에 선택을 하지 않고 중립지대에 있던 사람은 이 당선인이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 핵심 측근은 “지난해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 열심히 뛰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진정성을 이해하지만 중립이라고 밝힌 사람들은 ‘나중에 쓰더라도 믿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지냈던 최경환 의원을 경제2분과 인수위원으로 발탁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편 선거 과정에서 당선인을 도왔던 인사가 최근 인사 과정에서 주요 포스트 후보군에 대거 포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당선인이 인사만은 ‘변화와 혁신’보다 ‘검증된 인물’을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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