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기획… 홍보… ‘막후의 리베로’

  • 입력 2007년 12월 29일 0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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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자의 멘터’ 최시중 전 고문

“정말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록됐으면 좋겠어. 정말….”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종적을 감춘 최시중 전 이명박 대선 후보 상임고문은 28일 전화가 연결되자 대뜸 이 당선자 걱정부터 늘어놓았다.

‘요즘 도대체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 역시 이 당선자에 대한 걱정이었다. “조용히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지.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이명박 정부가 정말 잘해야 하는데’ 하고 걱정하고 있어.” 최 전 고문은 이 부의장과는 경북 포항 동향으로 각별한 사이다.

최 전 고문은 이번 대선을 통해 처음으로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정치권 신인’이다. 하지만 전략 기획 홍보 등 대선에서 최 전 고문의 손을 거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대선을 치르면서 이 당선자 캠프의 ‘실세’로 각종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특히 한국갤럽 회장으로 있으면서 터득한 데이터를 통한 정세분석이 뛰어나다. 한나라당 경선 하루 전날 당 안팎에서는 모두 이 당선자의 낙승을 점쳤다. 그러나 유독 최 전 고문의 표정은 어두웠다. 자신이 돌린 여론조사에서 ‘초박빙’으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 전 고문은 이 당선자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이 당선자는 당시 이재오 최고위원과 함께 자신의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시켜 먹으며 지지를 요청하는 전화를 하루 종일 돌려 ‘신승’을 이끌어 냈다.

또 외부 인사 영입에도 큰 공을 세웠다. 정몽준 의원과 강현욱 전 전북지사의 이 당선자 지지 선언이 최 전 고문의 작품이다.

최 전 고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만 봐도 그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당선자의 ‘멘터(조언자·후견인)’ ‘2인자’.

그러나 정작 최 전 고문은 1937년생으로 ‘신인’이라고 불리기에는 나이가 많다. 또 자신의 위치와 달리 최 전 고문은 대선 기간, 그리고 당선된 이후 현재까지 한 번도 나서 본 적이 없다.

주변에서는 의아해 한다. “그만한 위치에 그 정도 공을 세웠으면 나서도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최 전 고문은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내 나이에 뭘 바라겠어”라고 말한다.

그에게 “이제 뭘 할 건가요”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역대 대통령과 연이 있었지만 국민에게 좋은 평가는 못 받은 것 같아. 내가 생각했던 대한민국을 이 당선자가 만들 수 있도록 계속 뒤에서 도와야지. 이 당선자가 좋은 대통령으로 기록되지 못하면 내 인생이 얼마나 쓸쓸해지겠나.”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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