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의 새로운 흐름…인터넷-팬클럽 영향력 줄어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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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유권자들이 “이번처럼 재미없는 대선도 없었다”고 말을 한다. 2002년 대선 때는 뚜렷한 이념·세대간 대결이 형성됐고, 인터넷과 오프라인 팬클럽 선거운동이 활발해지는 등 유권자의 관심이 높았다. 반면 올해 대선에서는 1, 2위 후보의 지지율 차가 좁혀지지 않아 박진감이 떨어진 데다 정치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많아 선거 열기가 달궈지지 못했다.

▽사라진 이념·세대 대립 구도= 2002년 대선 때는 미군 장갑차 사고로 숨진 효순, 미선 양 추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반미’ 감정이 높아지고,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화해 무드가 이어지면서 ‘진보’에 대한 감성적 선호도 선거판을 달궜다.

또한 ‘변화’를 바라는 젊은이들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장·노년층의 성향이 뚜렷하게 갈려 세대 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경제’라는 큰 화두 앞에 이념과 세대의 대립구도가 형성되지 못했다. 11월 17일 실시된 본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 연령층에서 응답자의 60% 안팎이 ‘차기 대통령이 역점을 둬야 할 부분’으로 경제성장을 꼽았다.

▽‘넷선거’도 주춤=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 측의 흥행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터넷 선거운동도 이번에는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다. 2002년 대선판을 뜨겁게 달궜던 인터넷 댓글 논쟁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손수제작물(UCC)도 예상과 달리 유권자가 직접 제작한 UCC가 아닌 각 후보 캠프에서 홍보용으로 제작한 CCC(Camp Created Contents·캠프 제작 콘텐츠)만 넘쳐났다.

‘넷선거’ 저조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인터넷에 오르는 글에 대한 신뢰도의 저하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또 지난 대선에서 인터넷을 통해 근거 없는 비방, 흑색선전이 많았다는 지적에 따라 무분별한 인터넷 비방전을 제한토록 선거법이 개정되고 댓글 실명제 등 포털의 자정운동이 시작된 점도 ‘넷선거’ 열기를 식힌 원인으로 꼽힌다.

16대 대선에서는 20∼30대 진보 성향 누리꾼들이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며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연령층이 다양해진 것도 특징이다.

▽팬클럽과 시민단체 영향력 감소=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유세장마다 모여 노란 손수건을 흔들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은 자발적인 정치인 팬클럽으로 지지층 결집에 큰 역할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MB연대’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 ‘창사랑’ 등 각 후보 팬클럽들이 활동했지만 그 위력은 5년 전만 못했다. 선거가 현장 유세보다 방송 연설, TV·신문 광고 위주로 흐르면서 팬클럽의 활동영역이 줄어들었다.

시민단체의 대선 개입 정도와 영향력도 약화됐다. 2002년 대선 당시 이른바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효순·미선 추모 시위를 주도하며 대선에 영향을 미쳤고, 일부 단체는 ‘병풍 공작’의 주인공 김대업 씨와 함께 다니며 허위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대선에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흥사단 등 시민단체들이 정치적 중립을 선언한 데다 전반적으로 시민단체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낮아져 영향력이 크게 감소했다.

2002년 대선과 달라진 선거 트렌드
16대(2002년) 대선17대(2007년) 대선
세대간 ‘진보’ '보수‘ 이념 대립 심화전 세대 이념 대신 ‘경제’ 화두로 통일
활발한 인터넷 선거운동댓글 실명제, 선거법 개정 등으로 인터넷 열기 주춤
정치인 팬클럽인 ‘노사모’ 열풍‘MB연대’ ‘정통’ ‘창사랑’ 등 팬클럽 지속됐으나 열기 감소
시민단체 대선 영향력 강화시민단체 정치적 개입 꺼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정기선 기자 ks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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