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지킨 박근혜, 또 다른 승리자로 우뚝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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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는 조연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정몽준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이 당선자에 대한 네거티브(비방·폭로)가 극성을 부릴 때, 이회창 전 총재가 특정 지역 기반을 무기로 위협할 때 고비마다 결정적인 힘을 실어 준 것이 바로 그들이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도 이 전 총재의 아성으로 분류됐던 충청권의 표심을 이 당선자 쪽으로 돌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 또 다른 주연, 박근혜 전 대표

17대 대선의 또 다른 승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그가 이번 대선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정치인들과는 달리 ‘경선 승복 약속’을 끝까지 지켰고 끈질긴 유혹까지 견뎌내면서 많은 국민에게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그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대해 “정도가 아니다”라고 한 한마디는 이 당선자에게 결정적인 힘을 실어 주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19일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구 화원고등학교에서 투표를 한 뒤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당원으로서 열심히 뛰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꼭 한나라당이 이겨 정권교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제 18대 대선을 향해 다시 거친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정치 개혁’을 공언한 이 당선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이 당선자의 후계자로 순항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박 전 대표 앞에 놓인 첫 번째 과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의원들과 측근들을 당선시켜 ‘항해’에 동참할 ‘선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정권교체에 기여한 박 전 대표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당선자의 측근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오만의 극치’라는 박 전 대표의 한마디에 치명상을 입은 데다 이 전 최고위원을 대신할 만한 장수도 마땅치 않다. 공천권을 가진 최고위원회에도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김학원 의원이 버티고 있다. 특히 이 당선자도 박 전 대표와 “국정 현안을 협의하는 정치적 파트너 및 소중한 동반자로 나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의도 정치에 대한 개혁’의 칼날이 박 전 대표 측근들을 겨냥할 경우 그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회창 전 총재가 박 전 대표에게 구차할 정도로 구애를 한 것은 총선에서의 연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당에 남아 싸우는 정공법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관련 화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몽준 의원의 입당은 천군만마

정 의원은 3일 한나라당에 입당해 이 당선자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 당시는 ‘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이틀 앞두고 이 당선자의 지지율이 흔들리던 시점이었다.

정 의원의 영입에는 이 당선자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최시중 선거대책위원회 고문과 박희태 의원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정종복 의원도 정 의원 영입에 한몫 거들었다. 이들은 줄기차게 정 의원에게 공을 들였고 이 당선자가 코너에 몰렸을 때 입당해 상대 후보들에게 ‘결정적인 한방’을 먹였다.

정 의원의 입당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이명박 수혜주’로 분류되던 주식들이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정 의원의 입당이 그만큼 이 당선자에게 큰 힘이 된 것으로 시장이 평가한 것이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않은 채 곧장 전국을 누비며 이 당선자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대 이상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12년간 무소속으로 활동하다 혈혈단신으로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 의원은 앞으로 격랑을 헤치며 18대 대선을 향한 행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초등학교 동창생인 박 전 대표에게 세력 등에서 밀리지만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장기 레이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승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이 밖에도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입당은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의 이회창 전 총재 지지 선언으로 흔들리던 충청권의 표심을 진정시키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김 전 총재가 앞으로 정치에 다시 발을 담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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