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론/김동욱]<1>국정설계 힘 있을 때 하라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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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40년 동안 유지된 정부 주도의 ‘박정희 행정체제’는 1990년대 이후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외환위기까지 자초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는 행정체제를 마련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면서 전체적인 체계성을 잃어버리고 조직과 인력이 늘어나 방만해졌다.

정부조직 대폭적 통폐합을

현재 2원 4실 18부 4처 18청 13위원회 등 59개 중앙행정기관 체제는 구심력을 갖기가 어렵다. 각 기관은 쪼개진 작은 기능과 자원을 갖고 독립적으로 일하기 어려워서 다른 기관의 기능을 빼앗기 위한 경쟁을 하거나 소관 기능과 관련된 범정부 평가 제도를 만들어 다른 기관의 업무에 간섭하는 행태를 보였다. 기관 간 갈등이 확대되면 조정한다는 핑계로 청와대 국무총리실 부총리 책임 장관이 조직 규모를 늘렸다.

노무현 정부는 방만한 정부 조직을 그대로 두고 범부처적 정책 과제마다 코드 인사 중심으로 국정과제위원회를 설치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을 감독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정부 조직의 고위직이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성공을 자신할 수 없는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공무원은 청와대와 똑같이 자문 또는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들러리 역할을 수행하게 했다.

대통령 당선자는 오늘부터 흩어진 공직사회를 다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세계화에 대응하고 선진화를 이룩한다는 새 정부의 국정 기조에 부응하는 정부 조직 체계를 제시하고 새로운 틀에서 공무원이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새 정부의 설계에 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 조직을 대폭적으로 통폐합하라. 점점 복잡해지는 환경에서 하나의 행정기관이 나눠진 작은 기능과 자원으로는 자기 책임하에서 일하기 어렵다. 행정기관이 일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기능 자원 조직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중앙행정기관 수를 30∼40% 줄여야 한다.

둘째, 총괄 조정 통제 기능의 조직을 획기적으로 줄이라. 대통령비서실 국무총리실 행정자치부 중앙인사위원회 기획예산처 국정홍보처 등의 조직을 우선적으로 줄이고 총괄 조정 통제 기능을 감독과 간섭에서 협력과 지원 위주로 전환해 중앙행정기관이 본업에 전념하게 만들어야 한다. 국정과제위원회와 기획단 등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지원하는 기구는 원칙적으로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

셋째, 장관 등 기관장에게 실질적 권한을 주라. 높은 전문성과 경력을 인정받는 자를 장관으로 임명하고 최소 2년의 임기를 보장하며 자기 책임하에서 일하도록 하기 위해서 장관의 참모로 3, 4명의 민간인 출신 정책차관보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자문위원회는 혁파하고 새로운 정책을 구상하거나 기존 정책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작업반을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장관에게 실질적 권한 줘야

넷째, 공무원의 역량을 키우라. 개방형 직위임용제, 직위공모제, 고위공무원단제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행정기관별 고위공무원단 비율이 자체 직원, 다른 부처 직원, 민간인 출신이 3분되도록 운영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 역량 있는 전문가가 정부로 영입되도록 채용 조건이나 근무 여건을 마련하고 공직사회의 개방과 함께 공무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 교육훈련에 대한 예산을 대기업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힘 있을 때 새 일을 하라. 새로운 국정 설계는 많은 저항을 야기하므로 국민의 변화 의지와 새 정부에 대한 지지가 최고조인 당선자 시절에 기본 설계를 마련하고 집권 초기에 정부 개혁 방안을 단행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집권 후반기에 시작한 개혁의 성공 사례는 찾기 어렵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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