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씨 직원 노트북은 ‘위조 공작소’

  • 입력 2007년 12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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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BBK 주가조작 사건’의 실체를 가릴 수 있었던 것은 김경준 씨가 내놓은 한글 이면계약서의 위조 사실을 밝혀낸 문서 감정과 위조용 파일이 무더기로 저장돼 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 덕분이었다.

검찰의 올해 선거 관련 대형 사건 수사 과정에선 이처럼 치밀한 물증 중심의 수사가 눈에 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의 한 검사는 6일 “진술에 의존해 혐의를 입증하려는 수사에서 확실한 물증 중심의 수사로 수사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검찰은 BBK 사건의 수사 초기인 2000∼2001년 옵셔널벤처스코리아에서 김 씨의 부하직원으로 근무했던 이모 전 과장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그가 김 씨가 사용한 문서의 위조를 도맡아 했기 때문.

다른 형사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이 전 과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이 전 과장이 김 씨는 물론 다른 직원들이 사용했던 파일을 전부 개인 노트북에 저장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됐다.

검찰이 지워진 파일을 복구해 찾아낸 5900개 중 BBK와 관련된 문건은 1800여 개. 이 문건은 여러 파일을 짜깁기한 ‘위조용 문건’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미국의 어떤 주 정부 문서는 1개 파일이 아니라 서명란, 주정부마크란, 본문란 등이 5∼10개의 각각 다른 그림과 문서파일들이 ‘모자이크’처럼 합쳐진 형태였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위조 서류를 정말이라고 믿으면 그럴 것 같은 의혹이 생긴다. 그러나 수사 결과 김 씨는 ‘위조백화점’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8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유찬 씨와 지만원 씨에 대한 수사도 철저한 물증을 확보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검찰이 “이 후보가 위증을 교사했다”는 김유찬 씨의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는 김 씨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김 씨의 내면을 ‘물증’을 통해 파악했다. 김 씨의 저서 초판 ‘충성과 배반’(1997)에서부터 완성판인 ‘이명박 리포트’(2007)까지 변화 과정을 추적한 것. 김 씨는 초판과 완성판 사이에 수시로 내용을 바꾼 가제본 책을 만들었으며 이를 지인들에게만 나눠 줬다.

검찰이 이 가제본 책을 입수해 내용을 파악한 결과 이 책들에서 쓰인 과거 이 후보에 대한 그의 생각과 최근의 그의 생각을 비교해 ‘위증교사’가 없었음을 확인하고 김 씨를 구속했다.

지만원 씨가 “이 후보는 일본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는 배다른 형제”라고 한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이 부의장과 이 후보의 입 안 상피세포를 채취해 유전자 감식을 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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