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9…박근혜 앞 세갈래 길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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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불출 박근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 내분과 관련해 사흘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칩거하자 9일 기자들이 집 앞에서 박 전 대표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종승 기자
두문불출 박근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 내분과 관련해 사흘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칩거하자 9일 기자들이 집 앞에서 박 전 대표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8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협조 요청 전화에 “(8월 20일) 전당대회 이후 생각 변화가 없는데 만날 필요가 있나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12일 경북 구미시에서 열릴 대구·경북 필승결의대회 참석 요청에 대해서도 “다른 필승결의대회에도 가지 않았는데 (대구·경북만) 갈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박 전 대표 비서실장 출신인 유정복 의원이 전했다.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태도를 이 후보가 내민 화합의 손을 뿌리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근들은 “거부가 아니라 좀 더 생각을 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9일 유 의원이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과 만나 티타임을 가진 것도 당내 화합을 위한 소통 채널이 열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는 전날에 이어 9일에도 하루 종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머물렀다. 주말에도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통화에서 ‘생각하느라 전화 받기가 곤란하다’고 했다, 고민하시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전 대표가 장고(長考) 끝에 어떤 선택을 할지 시나리오별로 살펴본다.》

○이 후보 지원→당권 장악?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3수 도전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극적으로 이 후보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재오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에도 박 전 대표가 선뜻 이 후보의 손을 들어 주지 않는 만큼 당분간은 실현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는 지적이 많다.

박 전 대표의 이 후보 지원 결정 시점은 이 전 총재의 지지율과 이르면 17일 귀국한다는 ‘BBK 주가 조작’ 사건의 김경준 씨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유지하거나 김 씨가 이 후보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올 경우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지지율 상승세가 미미하거나, 김 씨 관련 의혹이 별게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 후보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박 전 대표는 대선 후 당권이나 내년 총선에서 안정적인 공천권을 보장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너무 늦게 지원에 나설 경우 그만큼 ‘지분’은 줄어들 수도 있다.


▲ 촬영: 이종승 기자

○이 전 총재 지원→‘영남 신당’ 창당

박 전 대표 주변에서는 거의 가능성을 두고 있지 않지만, 이 후보의 지지율이 내려가고 이 전 총재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를 지원할 경우 대선 승리 여부와 상관없이 이 전 총재와 함께 한나라당의 핵심 지지세력인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새 보수정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지지 기반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양자가 힘을 합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지도가 중복되는 두 정치인은 깊은 수준의 연대를 모색하기 어렵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호남과 충청권이라는 서로 다른 확고한 지지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DJP 연합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대선 때까지 중립→당내 입지 축소

박 전 대표의 성격으로 볼 때 이 같은 행보를 유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대선 전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대선 이후의 행보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박 전 대표가 당분간 침묵을 유지하며 특유의 ‘정치적 모호성’으로 몸값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대선 전까지 박 전 대표가 좌고우면하다 특별한 선택을 안 했는데 이 후보가 승리할 경우 박 전 대표는 대선 후 한나라당 내에서 지분을 주장할 명분이 급격히 줄게 된다. 이 후보 측이 주도하는 당 개편 작업이나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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