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태원]외교부 기자 찾기 왜?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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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2층 로비에 있었던 ‘바닥 기사송고실’이 전기 공급 중단으로 ‘불능화’된 뒤 외교부 대변인실에는 새로운 일거리가 하나 생겼다.

뿔뿔이 흩어져 버린 기자들 찾기다.

왜냐? 언론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홍보하고 싶지만 과거 한곳에 ‘죽치고’(노무현 대통령의 표현) 모여 앉아 있던 기자들의 소재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e메일과 외교부 홈페이지에 자료를 올려 기자들에게 알리지만 안심이 안 되는 모양이다. 때로는 일일이 전화를 걸기도 하고, 급하면 청사 곳곳을 뒤져 기자를 찾아내기도 한다.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자신들의 ‘보스’인 송민순 외교부 장관의 동정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송 장관이 4일 미국과 캐나다 방문을 위해 출국했지만 기사가 거의 다뤄지지 않자 외교부는 6일부터 거의 매일 “장관 기사 좀 다뤄 주세요” “아니면 사진이라도 좀…”이라며 ‘읍소’에 가까운 부탁을 했다.

5일 국정홍보처와 정부청사관리소가 일방적으로 해체해 버린 외교부 2층 바닥 기사송고실 복원을 위해 궁여지책으로 외교부 공보관실에서 전원을 끌어다 쓰자 정색을 하고 “이러면 곤란하다. 작업 중인 기사가 날아가더라도 전원을 뽑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공보관실에서 기사 쓰기는 안 된다”던 한 당국자는 기사 부탁을 하며 좀 미안했던지 “기사 쓸 곳이 마땅치 않으면 이곳으로 오라”고도 했다.

8일에는 이례적으로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배경 설명’을 외신기자들에게도 공개했다. 배경 설명은 공개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을 브리핑하는 것. 상대국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민감한 내용이 많다. 그런데도 외신기자들까지 초청한 것은 외교부 출입기자들을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배경 설명을 들은 외신기자들은 “배경 설명이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빈약한 느낌이었다”며 “내신기자들이 브리핑을 듣지 않는 것을 의식한 압박책 같았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국정홍보처의 무리한 브리핑룸 통합에 수수방관하던 외교부가 앞으로 또 어떤 이중적인 태도를 보일지 지켜보고 기록으로 남길 작정이다.

하태원 정치부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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