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종전선언, 평화협정 앞이냐 뒤냐

  • 입력 2007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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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北대사관 입구 청소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양자회동이 열린 31일 중국 베이징 북한대사관 입구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힐 차관보의 도착에 앞서 북한의 국장(국가를 상징하는 표장)을 닦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베이징 北대사관 입구 청소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양자회동이 열린 31일 중국 베이징 북한대사관 입구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힐 차관보의 도착에 앞서 북한의 국장(국가를 상징하는 표장)을 닦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200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3자 또는 4자 정상의 종전선언’의 형식 및 시기와 관련해 ‘비핵화 달성 없이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시도이며 임기 말 성과 내기용이 아니냐’는 정부 일각과 학계의 지적이 이어지자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30일 직접 청와대를 엄호하고 나섰다.

이날 김 원장은 ‘국정브리핑’ 기고문에서 “‘9·19공동성명’(2005년)과 ‘2·13합의’(2007년)를 통해 직접 관련 당사국들이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평화체제 협상을 가지기로 한 만큼 종전선언을 시작으로 평화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씨 꺼뜨리지 않으려는 청와대와 국정원=김 원장은 “종전선언은 당사자들의 의지와 상황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신뢰 구축이 필요한 당사자 간에는 본격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앞서 선행적 신뢰 구축 도구로 상당히 유용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데 정석은 존재하지 않으며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만 있다면 종전선언의 형식과 시기 등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김태효 교수는 “종전선언의 한 당사자인 미국이 검증 가능한 핵 폐기를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으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같은 개념이라고 명확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기관의 장이 나서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장을 펴는 것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곤혹스러움 속에 타협점 찾는 외교통상부=외교통상부는 청와대와 국정원의 ‘종전선언 밀어붙이기’에 움찔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룰 정치적, 군사적 콘텐츠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선언’을 정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은 법적,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다만 외교부도 종전선언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경우 청와대와 미국 사이에서 일종의 절충점을 찾을 수도 있다는 태도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31일 “먼저 실무선에서 시작하고 협상하다 보면 가파른 단계로 가서 정치적 추동력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 단계에서 대화의 수준이 올라갈 수 있다는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원칙 고수하는 미국=현재까지 알려진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과 관련한 미국의 공식적인 견해는 종전선언 또는 평화체제 논의의 선결 조건은 ‘북한 핵무기 및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다. 이 때문에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올해 안에 종전선언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송 장관은 11월 7일로 예정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이 ‘원칙’을 어기고 ‘정치적 이벤트’에 응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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