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후보 단일화 딜레마…덧셈 해봐도, 뺄셈 해봐도

  • 입력 2007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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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이 11월 중순 성사를 다짐해 온 후보단일화가 정작 11월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딜레마에 빠지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지율 50%가 넘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범여권 단일화가 선결과제이나 범여 주자들의 저조한 지지율로 단일화 논의에 탄력이 생기지 않고 있다. 또한 후보마다 자신으로의 ‘흡수 단일화’만을 바라면서 협상을 위한 시도조차 않고 있어 결국 ‘각자 출마’의 길을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

▽시너지 효과가 약하다=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은 16∼20%. 창조한국당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6∼9%,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2∼4%를 오르내리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범여권 세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30%대에 불과하다. 반면 이명박 후보는 53∼56%로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관계자는 “합쳐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한 단일화 논의가 진척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후보단일화를 이룰 경우 무응답층 및 비(非)한나라당 계층의 표가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기에도 지역 구도의 벽이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합민주신당 한 관계자는 “신당과 민주당의 기반이 모두 호남 지역이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DJP 연합처럼 호남과 충청이라는 두 지역의 결합 같은 파괴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동영 이인제 후보 간 단일화의 경우 시너지 효과보다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호남 맹주’ 싸움만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의 후보들=후보단일화에 대한 생각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도 논의를 지지부진하게 만들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도왔던 대통합민주신당 염동연 의원은 “당시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된 데는 보이지 않는 착오가 있었다. 단일화 합의 시점에는 정 후보 지지율이 높았지만 합의 후 얼마 뒤에 이뤄진 여론조사 시점에는 노 후보가 다소 앞설 것으로 분석했고, 그래서 제안했다”고 말했다.

후보 간 지지율 차가 미세한 상황에서 지지율이 낮은 후보가 제안을 하고 높은 후보가 ‘결국 내가 이긴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단일화가 가능했다는 것.

그러나 현재 범여권처럼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현격할 경우 계산이 너무 뻔해 사실상 ‘흡수단일화’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범여권 대통합’이라는 명분을 위해 지지율 낮은 후보가 살신성인(殺身成仁)을 해야 하지만 이 또한 신한국당-국민신당-국민중심당을 거친 이인제 후보와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문 전 사장에게 특별한 명분으로 작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범여권의 걱정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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