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날 경찰에 대못질” 부글부글

  • 입력 2007년 10월 19일 2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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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9일 '경찰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경찰 내부)특정집단의 독주 체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면으로 경찰대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 경찰대 졸업생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비 경찰대 출신 간부들은 "최근 특정 집단의 특정 기수가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인 점에 대해 노 대통령이 기강 해이를 지적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하고 나서 자칫 경찰 내부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들끓는 경찰대 졸업생들=노 대통령은 이날 직접적으로 경찰대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찰대 출신 간부들을 가리킨 것이라는 게 청와대와 경찰 안팎의 해석이다.

경찰대 출신의 한 초급간부는 "지금까지 들어 본 경찰의 날 치사 중 이번이 최악"이라며 "특히 지난번 황운하 총경 징계 이후로는 경찰대 출신을 '핍박'해 경찰 내 갈등을 조장하려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토해냈다.

경찰대 출신 간부들은 특히 '특정집단의 독주 체제'라는 대통령의 언급에 "경찰 간부 중 경찰대 출신 비율을 안다면 할 수 없는 얘기"라며 흥분했다.

실제 현재 총경급 이상 경찰 간부 544명 중 일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경찰에 투신한 간부후보생 출신이 254명(46.7%)으로 가장 많다. 경찰대 출신은 113명(20.8%)으로 다음이다.

경찰대 1기 졸업생이 임관한 1985년 이후 현재까지 재직 중인 총경급 이상 간부들을 비교해도 간부후보생 쪽의 승진 비율이 약간 높다.

경찰대 출신은 2424명이 임관해 4.6%인 113명이 총경급 이상 직위에 올랐지만 간부후보생은 1070명이 임관해 5.2%인 56명이 총경으로 승진했다.

이 때문에 경찰대 출신들은 8월 말 '이택순 경찰청장 퇴진'을 요구한 경찰대 1기 출신 황운하 총경의 징계 과정에서 경찰대 동문들이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인 게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당시 이 청장 퇴진론에 대해 "하극상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청장은 이날 기념식이 끝난 뒤 '노 대통령이 말한 특정집단이 누구를 지칭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건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 총경도 "대통령 연설문 내용이 경찰 내부 여론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공무원 신분으로 그 부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언급을 피했다.

▽수사권 조정 실패, 책임 떠넘기기?=노 대통령은 이날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대선 공약보다 개선된 안을 내놨지만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간부들은 "사실관계가 왜곡됐다"며 "임기 내 수사권 조정이 물 건너가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경찰 고위 간부는 "노 대통령이 제시했다고 언급한 '한 발 더 나아간 안'은 민생치안 범죄에 있어서 경찰의 수사권을 일부 인정하되 중요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경찰에 대한 행정적 통제권까지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수사권 조정 문제에 깊숙이 개입한 경찰 간부도 "청와대가 2005년 말~2006년 초 3가지 중재안을 만들어 경찰과 검찰 양측에 제시했지만 현행보다 경찰의 자율성을 더 제약하는 개악된 안이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그 이후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 논의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경찰에 넘기는 문제를 둘러싼 것으로 검사만을 수사 주체로 인정하고 경찰은 검사 지휘를 받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과 범죄수사에 있어 검사 명령에 복종토록 규정한 검찰청법 조항을 개정하는 어려운 과제가 걸려있다.

황장석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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