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단체 반발속 밀어 붙이기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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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송고실 폐쇄까지

정부 각 부처의 기사송고실 통폐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취재통제조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5월 22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1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기사 흐름을 주도한다. 기자들이 보도자료를 가공하고 담합하는 구조가 있는지를 조사해 보고하라”고 말한 지 4개월여 만이다.

국정홍보처는 3월 22일 ‘해외 및 국내 기자실 운영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기사송고실 통폐합 조치를 예고했다.

홍보처는 5월 22일 ‘취재통제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한 뒤 발표했다.

이후 언론과 학계, 정치권 등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노 대통령은 언론과의 대화에 나섰다. 노 대통령은 6월 17일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인터넷신문협회 등 5개 언론단체 대표들과 토론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 토론회는 각 부처 출입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진행돼 “현장 기자들의 견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청와대와 홍보처는 5개 언론단체와 4차례에 걸쳐 협상에 나섰지만 한국기자협회의 반발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청와대와 홍보처는 이 과정에서 ‘취재 지원에 관한 기준’(총리 훈령) 초안을 마련했으나 그 내용이 언론에 노출되자 연이어 내용을 수정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기자협회 취재환경특위는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백지화를 요구했지만 홍보처는 수용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기자실의 통폐합 때문이 아니라 공무원과의 접촉 제한 등 사실상 취재통제로 정부의 행정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언론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홍보처는 9월 14일 총리 훈령에서 독소 조항으로 거론됐던 일부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발표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홍보처는 이후 협상을 진행한다고 하면서도 합동브리핑센터 공사를 강행했고 9월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등에 합동브리핑센터를 설치했다. 이어 각 부처 출입기자들에게 기사송고실 이전을 요구하는 ‘기자 여러분께’라는 안내문을 배포했다.

각 부처 출입기자들이 이를 거부하자 홍보처는 9일 최후통첩에 이어 11일 각 부처 기사송고실의 인터넷과 일부 전화선을 차단하는 등 기사송고실 폐쇄 조치를 강행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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