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선언’ 민감한 부분은 최대한 모호하게…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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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선언’ 문안 남북 아전인수 해석 여지

南 납북자 송환 등 ‘제안’뿐… 北 ‘수용’ 없어

이번 남북 정상회담 결과물인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대해 정부는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포괄적 미래비전”이라고 자평했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막연하다”고 평가한다.

평화 정착, 공동번영, 화해 통일과 관련해 방향은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성과 방법론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용이 민감한 조항의 경우 남북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우리가 반드시 관철시켰어야 하는 핵심 의제에 대해서는 ‘제안’만 있었을 뿐 북측의 ‘수용’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안만 있고 수용은 없다?=노무현 대통령은 4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귀환 보고회에서 이번 회담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했다.

노 대통령은 2000년 정상회담 합의 이후 7년 동안 미뤄지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요청했지만 우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제안하고, 본인의 방문은 ‘좀 더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미루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건이 성숙할 때라는 것은 기약 없는 약속에 불과하다. 2000년 ‘6·15선언’에서도 김 위원장은 ‘적절한 시기’에 서울 답방을 한다고 했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양측의 견해차로 국민 여러분이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모호하게, 최대한 모호하게=결국 남북 정상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모호하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선언문을 만들어 내는 타협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은 4항에 명시된 ‘한반도 핵문제 해결’ 대목. 우리 정부는 북한 핵 폐기를 지칭하는 것으로 설명했지만 북측이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북한은 향후 핵 군축회담을 열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은 물론 한반도에 있는 미국의 전술핵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항에 나오는 ‘남북관계를 통일지향적으로 지향하기 위한 법률적 제도적 장치 정비’도 동상이몽에 가깝다. 북측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획정 △국가보안법 철폐 △금수산기념궁전 등 참관지 제한 철폐 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남측은 ‘적화통일’을 담은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야 한다는 태도다.

종전선언 주체를 ‘3자 또는 4자’로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북이 주도한다고 해도 3자일 경우 나머지 한 자리가 미국이냐 중국이냐는 논란은 남는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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