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대통령, 새로운 틀 제시엔 한계

  • 입력 2007년 10월 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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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남북 정상선언에 ‘깜짝쇼’식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인데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획기적인 내용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임기가 4개월여 남은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기본 틀을 흔들 만한 제안을 하기에는 여건이 미흡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처지에서도 노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연말 대선정국을 겨냥한 ‘반전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범여권은 경선 파행을 겪는 등 불리한 위치에 놓이자 이런 대선 국면을 만회할 마지막 카드로 특사까지 평양에 보내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는 것.

실제로 이번 회담 합의에 따라 다음 달 남북 국방장관과 총리 회담이 평양과 서울에서 잇달아 열리게 돼 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대선 정국의 화두로 올리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첫 정상회담 이후 중단된 남북 정상 간 만남을 성사시켜 회담의 연속성에 기여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는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개인적 공명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 대통령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MDL)을 건너 2000년 당시 항공편으로 방북한 김대중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철저한 정치적 셈법을 갖고 이번 정상회담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을 통한 ‘대남 유화공세’로 북한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누그러뜨리고 경제적 실익을 최대한 남측에서 얻겠다는 속내를 갖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남측이 북핵 문제를 원론 수준으로 언급하는 대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안변 남포 조선소 건설 등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김 위원장은 실리를 챙기게 됐다.

정상회담을 북핵 문제를 둘러싼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복안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핵문제 해결을 한반도 평화체제의 전제 조건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회담에서 남한은 북핵 폐기와 상관없이 경협을 토대로 평화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 합의의 실천 과정에서 북핵 문제의 선결을 둘러싼 남한과 미국의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며 “북한은 한미관계의 또 다른 갈등관계를 초래하는 한편 핵문제 해결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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