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남북정상회담]獨 슈피겔 “계획된 환호, 냉랭한 기류”

  • 입력 2007년 10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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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대서특필… 日은 덤덤남북 정상회담 보도는 각국 언론에 따라 달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자매지인 찬카오샤오시(위)가 3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반면 일본 아사히신문은 1면에는 기사와 사진은 없이 ‘2면에 관련기사(점선)’란 안내만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베이징=연합뉴스
中은 대서특필… 日은 덤덤
남북 정상회담 보도는 각국 언론에 따라 달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자매지인 찬카오샤오시(위)가 3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반면 일본 아사히신문은 1면에는 기사와 사진은 없이 ‘2면에 관련기사(점선)’란 안내만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베이징=연합뉴스
3일 남북 정상회담은 돌발 변수와 깜짝쇼가 많아 외신들의 긴급 타전이 이어졌다. 다만 정상회담에 대한 각국의 보도엔 차이가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 언론이 높은 관심을 가지고 크게 보도한 반면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정상회담보다는 6자회담 공동성명 타결 소식을 더 중요한 뉴스로 다뤘다.

▽긴급 타전의 연속=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이 3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예정보다 약 30분 일찍 시작된 소식은 서울발로 긴급히 타전됐다. 오후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하루 연장하자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외신 기자들의 손은 다시 바빠졌다. 그것도 잠시. 노 대통령이 북측 제안을 거절하고 예정대로 4일 서울로 돌아온다는 급전이 서울발로 쏟아졌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두 코리아의 지도자가 역사적인 정상회담에 돌입했다”고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신속히 전했다. BBC는 홈페이지에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에게 체류 기간을 하루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가 곧 제의를 거절한 기사로 수정했다.

AP AFP 등 주요 통신사들도 이날 오후 노 대통령 체류 연장 소식을 전했다가, 예정대로 귀환한다는 소식에 또다시 긴급 뉴스를 내보냈다.

▽썰렁한 미일 언론=뉴욕타임스는 3일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핵심의제로 삼고 있으나 북핵 문제는 6자회담에서 논의되고 있고 평화협정도 휴전협정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의 참여가 필요한 만큼 성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3일자 인터넷판 기사에서 “국가에서 조종하는 것으로 보이는 평양의 대규모 환영 인파가 분홍 종이꽃을 들고 노 대통령을 환영했지만 김 위원장은 내내 굳은 표정으로 노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일본의 3일자 조간신문들은 1면에 남북 정상이 만난 사진이나 기사를 아예 싣지 않은 곳도 있었다. 사설을 쓴 신문도 아사히와 니혼게이자이 등 두 군데에 불과했다.

아사히신문은 ‘핵 포기 언질을 받으라’라는 사설에서 “7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은 2000년의 열기에 비하면 어딘가 사무적인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중-러 언론의 높은 관심=중국 언론은 2일에 이어 3일에도 정상회담을 크게 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중국의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와 최대 발행 부수(320만 부)를 자랑하는 신화통신 자매지 찬카오샤오시(參考消息) 등 관영 언론과 신징(新京)보 등은 정상회담을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3일 국제면 톱기사 제목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름 마지막 글자인 ‘일’의 러시아어 ‘ир’ 대신에 ‘평화’라는 뜻의 ‘미르(Мир)’로 고쳐 실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중국 관영 런민(人民)일보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동정을 보도하는 데 1면을 모두 할애했고 남북 정상회담은 4면 머리기사로 전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허풍쟁이의 블록버스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에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독일 언론, 차분한 보도=독일 언론은 대체로 차분하게 정상회담의 의미와 전망을 보도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은 ‘계획된 환호, 냉랭한 기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회담이 2000년 1차 정상회담에 비해 가라앉은 분위기였다고 보도했다.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남북 간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한반도에 2국가 체제가 확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 같은 협정은 지역 내 갈등을 줄이는 이정표가 될 수 있지만 ‘화합의 시대’가 올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2일 사설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운명이 한국인들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남북한 지도자들의 공통된 의지를 보여 주었다”고 전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 조선중앙통신 “민족번영-조국통일 중대한 계기” ▼

북한 언론은 ‘2007 남북 정상회담’ 이틀째인 3일에도 관련 소식을 계속 내보내면서 관심을 보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자 1면 전체에 ‘로무현 대통령 평양 도착,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로무현 대통령을 맞이하시였다’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두 정상이 악수하는 사진을 실었다. 2, 3면에도 관련 소식을 할애했다.

조선중앙TV와 평양방송도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도착 이후의 일정을 잇달아 방송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저녁 뉴스에서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현장 화면과 함께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정상회담이 단독회담으로 진행됐다고 전한 뒤 “역사적인 6·15 북남공동선언과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기초해 북남 관계를 좀 더 높은 단계로 확대·발전시켜 조선반도의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는 데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25문화회관에서 노 대통령을 맞는 장면에 대해 “가정과 일터를 비롯해 TV가 있는 곳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장군님(김 위원장)과 노 대통령의 상봉과 수십 리 연도에 환영의 꽃바다를 펼친 시민 물결을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고 전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방북 첫날 시청률 14.5%…7년 전보다 5.8%P 낮아 ▼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첫날인 2일 방송 3사(KBS1, MBC, SBS)의 남북 정상회담 뉴스특보 시청률 합계는 14.5%로 나타났다고 TNS미디어코리아 측이 밝혔다.

이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첫날인 2000년 6월 13일 남북 정상회담 뉴스특보 시청률 합계 20.3%에 비해 5.8%포인트 낮은 수치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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