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좀 더 지켜보고…우선은 변양균 감싸기

  • 입력 2007년 9월 2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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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정윤재 씨 혐의부인 그럴 이유 있을것”

청와대는 20일 밤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좀 더 두고 보자’는 반응을 보였지만 검찰 수사에서 비리 사실이 상당 부분 드러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기 전부터 노무현(사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여부에 대해 “좀 더 지켜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 전 비서관이 구속 되더라도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를 하거나 어떤 견해를 표명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속이란 검찰이 제기한 혐의 사실이 다 맞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 거리가 있다. 구속과 사건의 윤곽이 잡히는 것은 별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고 묻자 천 대변인은 “시간을 어떻게 기준으로 정한다는 것도 애매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재판에서 혐의가 확정된 이후라는 뜻이냐’고 재차 묻자 “그런 뜻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1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검찰 수사 결과 정 전 비서관에게 불법행위가 있다면 ‘측근 비리’라고 이름 붙여도 변명하지 않겠다”며 “저와 그 사람의 관계로 봐서 제가 사과라도 해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수사 결과에 따라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해 정 전 비서관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 직후 대국민 사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청와대는 이미 대국민 사과 시기와 수위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10월 2∼4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전에 모든 것을 털고 가야 한다는 ‘속결론’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이 혐의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함에 따라 노 대통령이 서둘러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신중론’이 힘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날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직결되는 정 전 비서관의 구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8월 31일 검찰이 정 전 비서관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 방침을 밝힌 직후 노 대통령이 ‘깜이 안 된다’고 말을 한 만큼 구속되면 사태를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가 수사 정보를 갖고 있지 않지만 정 전 비서관이 눈물을 흘리며 혐의를 부인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靑 “협조 요청한 것 자체는 문제 안돼”

변양균(사진)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 스님이 세운 울산 울주군 흥덕사에 특별교부금 10억 원을 지원하도록 행정자치부에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청와대는 ‘변양균 감싸기’에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변 전 실장이 행자부를 통해 흥덕사에 특별교부금을 내려 보내라고 ‘협조 요청’을 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에 이어 ‘참모 2인자’인 변 전 실장이 전통 사찰이 아니어서 특별교부금을 지원받을 수 없는 사찰에 국민 세금을 10억 원이나 쓰게 한 것은 누가 봐도 ‘강압적인 지시’이자 ‘직권남용’ 행위인데도 청와대는 ‘협조 요청’이라서 문제가 안 된다는 태도다.

천 대변인은 “특별교부금은 행자부에서 관리하고 집행하며, 타당성 여부는 행자부에서 판단하게 돼 있다”며 책임을 행자부로 떠넘겼다. 특별교부금은 ‘행자부 장관이 합리적으로 교부한다’고 돼 있을 뿐 신청 절차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변 전 실장의 행위가 위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불법 여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특별교부금 요청이 합리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천 대변인은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쳤는지는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 개인적 차원에서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절차상의 문제를 인정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요청이라고 해서 합법인지 불법인지 단언하긴 어렵다” “변 전 실장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등 옹호성 발언을 했다.

천 대변인은 또 변 전 실장의 행위를 “정책실장 자격의 정책 관련 활동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3년 3월 “특별교부금은 원칙 없이 정치적 선심 사업에 사용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배분 기준을 재검토해 자의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없도록 개선하라”고 지시한 바 있어 청와대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정성진 법무부 장관은 20일 국회 법사위원회의에 출석해 “신정아 씨 사건에 (변 전 실장이 아닌) 청와대 실세가 관련됐다는 부분은 동의하기 어려우며 청와대 윗선이 관련됐다는 의혹은 없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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