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세번째 도전…‘득표율 올리기’ 과제

  • 입력 2007년 9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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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와 패자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왼쪽)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선 경선 결선투표에서 당의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된 뒤 2위를 한 심상정 의원과 손을 잡고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dongA.com에 동영상
승자와 패자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왼쪽)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선 경선 결선투표에서 당의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된 뒤 2위를 한 심상정 의원과 손을 잡고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dongA.com에 동영상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대통령선거 TV 토론회에서 유행어를 만든 권영길 의원이 4년 만에 다시 민주노동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당선돼 수락 연설에서 같은 질문을 했다.

권 후보는 15일 후보 수락 연설문에서 “국민 여러분, 행복해지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새로운 미래, 행복한 나라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진보정치 산 역사’=권 후보는 1990년대 이후 ‘한국 진보정치의 산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야마구치(山口) 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권 후보는 서울신문 기자를 지냈다. 1988년 서울신문 노조 부위원장을 거쳐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의 초대, 2대, 3대 위원장을 지냈다.

1996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초대위원장에 선출된 뒤 1997년 대선에서 민주노총 등 진보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국민승리21’의 후보로 대통령선거에 출마(득표율 1.2%)했다. 2002년 민노당 후보로 두 번째 대선 도전(득표율 3.9%)에 실패한 뒤 2004년 민노당 사상 처음으로 경남 창원시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촬영: 이종승 기자

▽창당 이후 처음 현충원 참배=권 후보는 경선 당선 다음 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 이어 서울 국립현충원을 공식 참배했다. 다른 당의 경우 대선 후보로 당선되면 현충원을 공식 참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민노당이 공식적으로 현충원을 참배한 것은 2000년 창당 이후 처음이다.

권 후보는 이 자리에서 “진보진영은 그동안 현충원에 친일 경력자, 독재자 및 그 부역자 등이 있다는 이유로 암묵적으로 현충원을 외면해 왔다”며 “진정한 평화와 화해를 위해 진보진영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권 후보 측의 박용진 대변인은 “권 후보의 현충원 참배는 우리 스스로 마음속에 장벽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념’의 남남 갈등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라고 풀이했다. 박 대변인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금도의 금을 밟아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민노당이 ‘이념으로 갇힌 정당’ ‘반기업 정당’ 이라는 여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뛰어 넘어 외연 확대를 하겠다는 것.

권 후보는 이번 주에 증권사 관계자와 중소기업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박 대변인은 “민노당이 집권하면 한국 증시를 퇴장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등 기업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일정”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처럼”=그러나 앞으로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다. 권 후보가 올해 대선에서 어느 정도 득표를 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의 민노당 득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2002년과 같은 10석의 당선을 장담할 수 없어 권 후보가 한나라당과 범여권의 틈바구니에서 진보정당의 표를 어떻게 늘릴지 관심을 모은다.

그러나 권 후보는 2010년 ‘코리아연방공화국’ 건설, 부유세 도입, 기간산업 재국유화, 토지 공개념 실현, 1가구 1주택 법제화 등 사회주의 성향의 공약이 많고, 수락 연설에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처럼 미국을 벌벌 떨게 만들겠다”고 말하는 등 자주외교를 지나치게 강조한다.

또 경선 기간 갈라졌던 자주파와 평등파의 단합, 한국사회당과의 연대, 16일 출범한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단체와의 연대 등 진보진영 내 결속을 어떻게 다질 것인가도 권 후보의 숙제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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