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세력 '우후죽순'…교섭통로 제각각

  • 입력 2007년 7월 26일 11시 35분


코멘트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배형규 씨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한국 정부는 새로운 대책을 모색해야할 처지에 빠졌다.

탈레반이 배씨를 살해한 것이 단순히 압박 수위를 높여 교섭에서 유리한 입장에서기 위한 것이라면 그나마 사태 해결책을 찾기가 수월하겠지만 탈레반 내부의 지휘체계 혼선과 맞물려 벌어진 사건이라면 대응은 훨씬 어려워질 전망이다.

외신을 통해 줄곧 강경 입장을 천명해온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몸담고 있는 측과 아프간 정부를 통해 정부가 접촉해온 측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속에 있지 않다면 정부로서는 교섭통로부터 재점검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납치된 가즈니 주(州) 카라바그와 칸다하르 등의 남부지역은 탈레반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위험지역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아프가니스탄 남부는 탈레반 정권 붕괴 뒤 각종 세력이 활개를 치면서 무법천지로 변해 구호단체들마저 발길을 끊은 상태라고 2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탈레반의 집권시절에는 탈레반의 라이벌인 무자헤딘(성스러운 전사들)이 지방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무자헤딘의 경우 지휘계통이 명확했고 업무 수행을 위해 어떤 책임자를 접촉해야 하는 지도 분명했다.

구호단체들이 면역접종을 위해 지방으로 갈 때면 탈레반 정권과 무자헤딘은 휴전을 선언하면서 이들의 활동을 간접적으로 돕기도 했다.

그러나 탈레반 정권 붕괴 후에는 구호단체들의 활동이 더욱 힘들어졌다. 지방의 전통적인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실력자들이 등장하면서 '카운터파트'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

탈레반은 권좌에서 축출된 지 만 4년째인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재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지방에서의 장악력이나 권위는 전성기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탈레반의 세력이 약화된 틈을 타 많은 지역에서 군벌이나 지주들이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했는데 이들은 정서적으로 탈레반과 가깝긴 하지만 조직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지는 않는다.

칸다하르의 보건담당 책임자인 압둘 카윰 푸클라 박사는 "탈레반 시절보다 지금이 일하기가 더 힘들다"면서 "무장세력이 워낙 많기 때문에 도대체 누구를 교섭해야 하는 지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어려움은 정부 관리나 보건 봉사자들이 아프간 주민의 상당 부분이 살고 있는 지방에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프간 보건당국이 올해 초 농촌에서 새로운 면역접종 운동에 나섰는데 과거와는 달리 지역별로 탈레반이나 무장세력 지도자와 연줄이 닿는 중재자를 내세워 개별 협상을 벌여야만 했을 정도였다.

이처럼 최근 아프간에서 특히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탈레반이나 마약을 취급하는 폭력조직의 세력이 확산되는 바람에 보건 당국자들은 활동을 기피하면서 소아마비 같은 질병이 회귀하는 등의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아프간 남부 4개주에서 공무원이 무장차량이나 중화기의 보호를 받지 않는 상태로는 출입이 금지됐던 지역이 3년 전에는 전체의 26%였지만 지금은 41%로 늘어났다.

아프간에서 18년째 활동 중인 영국 구호기관 옥스팜이 최근 남부 지역의 사무실을 폐쇄한 것도 갈수록 질서가 문란해지고 있는 지방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신문은 아프간에서 보건 및 재건활동을 벌이고 있는 나토군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이런 상황은 탈레반이 일주일 전 납치한 한국인 인질 가운데 1명을 살해했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재차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