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 아프간 대책회의 참여 '파격'

  • 입력 2007년 7월 23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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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 닷새째인 23일 우리 정부 관계자가 현지 정부 회의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조기해결을 위해 아프간 수도 카불에 파견한 문하영 전(前) 주 우즈베키스탄 대사를 아프간 정부의 대책회의에 직접 참가시켜 교섭 과정에 관여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발생한 납치사건 해결과정에서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특사 성격의 고위급 인사를 파견, 상대국 정부의 영향력 행사를 촉구하는 일은 늘 볼 수 있는 일이다. 지난 해 소말리아 근해에서 발생한 동원호 납치사건 해결 과정에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가 현장에 파견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상대국 정부의 대책회의에 참석,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사태 해결에 보조를 맞추는 일은 이례적인 것으로, 무엇보다 사건 조기해결에 대한 아프간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아프간 정부가 자국 정부 회의에 '외국' 당국자의 참석을 허용한 것 자체가 파격적인데다 우리측 의견을 적극 수용할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아프간 정부가 이처럼 파격적인 대우를 하고 있는 데에는 우리 정부가 2002년 대 아프간 외교관계 회복 이후 쌓은 양국간 우호 관계가 배경이 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1973년 수교와 1978년 단교, 2002년 탈레반 정권 붕괴 후의 복교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한국은 동의·다산부대 파병, 2002년 동경 국제회의(4500만 달러 지원계획 발표)와 2006년 런던 국제회의(유상·무상 각 1000만 달러 지원의사 표명) 등을 계기로 아프간에 대한 지원의사를 밝히고 재건을 지원했다.

인적 교류 측면에서도 지난 해 6월 카릴리 제2부통령이 방한했고 같은 달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국제회의를 계기로 반기문 당시 외교장관이 카르자이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왕래가 있었다.

배경은 둘째치고 정부는 이처럼 아프간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태도로 움직이고 있는데 고무된 분위기다. 특히 가즈니 주(州) 카라바흐 부족의 원로들이 납치범 측과 실질적인 교섭을 진행하며 최악의 사태를 막고 있는데는 아프간 정부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아프간 정부가 한국 정부와의 관계 외에도 다른 파병국의 입장, 국제사회에서의 자국 입장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아프간 정부로서는 이미 올해 3월 탈레반에 납치된 이탈리아 기자의 석방을 위해 탈레반 수감자들을 풀어줬다가 이탈리아와 함께 국제사회의 부정적 여론에 봉착했던 전례가 있다는 점도 우리로서는 걸리는 대목이다.

당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제기되자 아프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탈레반 죄수 석방은 '1회성 거래(one-time deal)'라고 못박기까지 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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