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 “무조건 대통합은 선거용 급조정당 만들기… 대선 승리 못해”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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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해체후 대통합해야”중도통합민주당 박상천(왼쪽), 김한길 대표가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열린우리당 해체를 통한 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당 해체후 대통합해야”
중도통합민주당 박상천(왼쪽), 김한길 대표가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열린우리당 해체를 통한 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통합민주당 박상천 공동대표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조건 없는 범여권 대통합’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무조건 대통합은 선거용 급조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식이라면 아예 당명을 ‘반(反)한나라당’으로 해야 맞다. 그래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DJ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DJ가 무조건 대통합을 자꾸 얘기하니까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기고만장해 있다. 전에는 만나 달라고 애원하더니…”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통합민주당의 조순형 의원도 12일 평화방송에 출연해 김 전 대통령의 잇단 발언에 대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지나친 정치 개입”이라며 “어디까지나 국가 원로로서 국가적 중대 사안에 대해서만 조언이나 충고를 하는 데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의 저항에도 김 전 대통령이 ‘무조건 대통합’을 역설하면서 범여권의 세력 판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촬영: 김동주 기자

소속 의원들의 잇단 탈당으로 ‘반 토막’ 정당이 된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통합 논의 과정에서 수세(守勢)였다. 반면 김한길 강봉균 의원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민주당은 의기투합해 34석의 중도통합민주당을 출범시켰다.

통합민주당 박 대표는 무조건적 대통합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열린우리당 해체를 요구하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친노(親盧·친 노무현)를 포함한 ‘배제 없는 대통합’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

그런데 김 전 대통령이 ‘무조건 대통합’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그는 10일 “대통합에 걸림돌이 되거나 실패하게 하는 지도자는 다음 총선에서도 실패할 것”이라며 박 대표를 압박했다. 12일에는 민생정치모임 천정배 의원을 만나 “국민이 바라는 것은 무조건 대통합을 해서 한나라당과 일대일 경쟁을 하라는 것”이라며 “시간이 없다. 빨리 뭉쳐라”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이날 예정됐던 박 대표 등과의 ‘4자 회동’ 불참을 통보하는 등 ‘버티기’로 나가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사석에서 “열린우리당 해체는 사형선고다. 국민의 마음이 떠난 것은 사실이지만 사약(賜藥)을 받을 정도로 죽을죄를 졌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는 후문도 있다.

박 대표도 “시간이 없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통합민주당 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민주당이 기득권, 주도권을 내세우지 말고 제3지대의 제세력과 대통합신당 창당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민주당도 기득권 주장을 안 할 테니 열린우리당도 해체 선언을 해 단번에 중도개혁 대통합을 이뤄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세균 의장은 통합민주당과는 정반대의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민주당 내의 반(反)박상천 세력인 신중식 김효석 의원 등의 탈당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이 탈당해 제3지대에서 열린우리당 탈당파 및 시민사회 세력과 신당을 만들면 그 당과 열린우리당을 합친 뒤 단계적으로 중도통합민주당을 끌어들인다는 시나리오다.

통합민주당 측은 이에 “도로 열린우리당을 만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한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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