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 공방 → 수사 → 슬그머니 없던 일로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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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로 판명된 ‘병풍 테이프’ 2002년 8월 12일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이른바 ‘병풍’ 의혹을 제기했던 김대업 씨의 변호인 측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이 담겨 있다는 녹음테이프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수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허위로 판명된 ‘병풍 테이프’ 2002년 8월 12일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이른바 ‘병풍’ 의혹을 제기했던 김대업 씨의 변호인 측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이 담겨 있다는 녹음테이프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수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증거 있다” 6일만에 “확보 못했다” 2002년 4월 25일 당시 민주당 설훈 의원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측근인 윤여준 전 의원의 수뢰 의혹을 입증할 녹음테이프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6일 전인 19일에는 “윤 전 의원이 최규선 미래도시환경 대표에게서 20만 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하며 관련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증거 있다” 6일만에 “확보 못했다” 2002년 4월 25일 당시 민주당 설훈 의원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측근인 윤여준 전 의원의 수뢰 의혹을 입증할 녹음테이프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6일 전인 19일에는 “윤 전 의원이 최규선 미래도시환경 대표에게서 20만 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하며 관련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대선정국 ‘문건정치’ 되풀이 되나

과거 대선 때마다 일어났던 정부 기관의 문건 유출이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재연돼 ‘문건 정치’가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관한 경부운하 재검토 보고서 및 이 전 시장 친인척의 부동산 관련 자료가 나돌고 있는 데 대해 검찰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치권의 문건 파동은 대체로 폭로→여야 공방→고소 고발의 수순으로 발전했다가 검찰 수사가 ‘용두사미’가 되거나 정국 상황이 변하면 슬그머니 소멸하곤 했다.

▽정보기관 작성 문건 파문=1997년 대선을 한 달 앞둔 11월 밀입북한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이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후보에게 편지를 보내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때 국민회의 측은 ‘오익제 건 활용계획’이라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문건 내용을 입수했다. 당시 여권 수뇌부가 연루됐다고 국민회의 측이 주장한 ‘북풍(北風)’ 사건의 하나였다. 나중에 이 편지 파동은 안기부의 단독 행동으로 결론 내려졌다.

2002년 11월 김영일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고위 간부에게 보고되는 도청자료 원본을 입수했다”며 A4용지 27장 분량의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국회의원 24명, 언론사 사장 2명, 기자 8명 등 총 39명이 2002년 3월 통화한 상대방 이름과 통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민주당 측은 다음 날 “사실무근”이라며 김 총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앞서 정형근 의원은 9월과 10월에 국정원 도청 자료라며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로비의혹 문건 △박지원 당시 대통령비서실장과 일본인 요시다 다케시 씨와의 통화내용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국정원은 “완전히 조작된 괴문서”라며 도청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2005년 국정원 ‘미림팀’ 등이 자행한 도·감청 실태가 드러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2002년 문건은 국정원에서 불법 감청해 작성한 것임이 드러났다.

▽조작 또는 나타나지 않은 자료=2002년 10월 당시 민주당 전갑길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양건설 김병량 회장이 199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부부와 측근에게 최소 80억 원 이상을 건넸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기양건설 이교식 전 상무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 씨에게 10억 원을 줬다는 내용의 서류를 공개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이 전 상무가 제시한 서류는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2002년 4월 당시 민주당 설훈 의원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측근인 윤여준 전 의원이 최규선 미래도시환경 대표에게서 20만 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하며 관련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갖고 있다고 했다.

2003년 2월 검찰은 설 전 의원을 명예훼손 및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녹음테이프는 어디에도 없었다. 설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지만 올해 2월 사면복권됐다.

2002년 8월 김대업 씨는 이 후보 부인인 한 씨가 장남 정연 씨의 병역면제를 위해 2000여만 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 녹음테이프를 검찰에 제출했지만 검찰은 두 달 뒤 ‘테이프 판독 불능, 편집 가능성 있다’는 감정 결과를 발표했다.

김 씨와 당시 민주당은 또 정연 씨의 병적기록부가 ‘부친 성명란에 조부의 이름이 쓰여 있다’, ‘필체가 당시 담당자의 것과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검찰 수사결과 사실 무근으로 결론 났다.

▽언론 관련 문건 파동=대선 때는 아니지만 1999년 10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폭로한 ‘언론대책 문건’도 파문을 낳았다.

정 의원은 당시 이강래 민주당 의원을 작성자로 지목했지만 당시 중앙일보 문일현 기자가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의원이 정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검찰이 수개월 동안 수사를 했지만 결국 ‘문 기자의 개인적 문건 작성→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에게 전송→평화방송 이도준 기자 유출→정 의원 폭로’라는 ‘해프닝성 사건’으로 종료됐다. 당시 이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정상명 서울지검 2차장은 현 검찰총장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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