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北에 준 쌀 어디 갔는지 ‘깜깜’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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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대북지원 모니터링’ 구멍

북한에서 수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지원한 구호품이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취지에 맞게 제대로 쓰였는지에 대한 사후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7월 발생한 북한의 수해 복구를 위해 같은 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2210억 원 상당의 물자를 지원했지만 지원 물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확인하는 ‘사후 검증(모니터링)’은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지난해 대북 수해 구호물품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피해 복구 물품이 제 용도로 쓰이는지 중간 중간 피해지역을 방문해 확인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정부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지원한 물품은 △쌀 10만 t △시멘트 10만 t △철근 5000t △복구 장비 210대 △담요 8만 장 △응급 구호세트 1만 개와 의약품 등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해 수해 복구 물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북한 핵실험 사태가 발생하면서 물품 지원이 중단됐다가 올해 다시 지원을 재개하는 등 상황 변화 때문에 (모니터링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현장 방문이나 분배 명세서 열람 등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지원된 물품에 대한 분배가 끝난 상태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정부는 2004년 4월 평안북도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에도 쌀과 시멘트 등 재해 구호 물자를 지원했지만 1년이 지난 뒤에 현장을 방문해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의 대북 쌀 차관 지원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4월 쌀 10만 t을 지원할 때마다 분배가 이뤄지는 동해안 3곳과 서해안 2곳 등 5곳을 방문하기로 북한과 합의했다. 이에 비해 세계식량계획(WFP)의 경우 평양에 사무실을 두고 상주하면서 북한이 식량을 군사용으로 빼돌리는지를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다.

한편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백두산 시범 관광사업을 돕기 위해 정부가 지원한 100억 원 상당의 도로포장용 자재의 사용처도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2005년 8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100억 원 상당의 관광도로 포장용 자재 1만6000t을 북한에 보냈지만 지난해 7월 이후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해 사업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사업 진행을 위해 여러 계통으로 북한과 접촉하고 있지만 아무 대답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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