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이명박, 대운하 공약은 상식이하 포기해야…”

  • 입력 2007년 6월 27일 1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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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교수[연합].
도올 김용옥 교수[연합].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가 대선을 5개월여 앞둔 현 정치판에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 공약인 한반대 대운하와 한중페리 구상안을 강하게 비판했고,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작심한듯 쓴소리를 퍼부었다.

김 교수는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적인 표현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기 위해 신중하고 있지만 정치인의 인격이 아닌 정책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지성인으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발언할 수 있다고 생각해 거침없이 말하려고 나왔다”며 정치권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李 대운하공약은 상식이하의 무의미한 발상…포기해야”

김 교수는 우선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해 “한마디로 상식이하의 무의미한 발상”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파나마 운하는 80km운하를 뚫어서 14,800km가 단축된다. 하지만 한반도 대운하는 500km를 뚫어서 200km가 단축될 뿐이다. 게다가 잠실운동장만한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한강의 모든 다리를 고쳐야 하고 배를 20m가량 들어 올릴 수 있는 물 엘리베이터를 만들어야 하는데 개당 2천억 이상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전기도 엄청난 양이 소요된다. 게다가 고속도로로 운반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들기 때문에 물류면에서 전혀 효용가치가 없다.”

김 교수는 “이 전 시장이 대운하 공약을 접어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는 한자성어를 인용하며 이 전 시장의 용단을 촉구했다.

“잘못이라고 생각하면 고치는 것을 꺼려하지 말아야 군자라고 했다. 이 전 시장 정도 되면 많은 훌륭한 아이디어와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이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훌륭한 공약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하찮은 일에 고집을 하는지….”

“박근혜, 한중페리 공약은 유치한 짓”

신랄한 비판은 박 전 대표의 ‘한중페리 공약’으로 이어졌다.

“이런(대운하) 얘기가 나오니까 한중페리 만들겠다고 하면 같이 유치해지자는 것 아닌가. 남북문제를 잘 해결해서 시베리아 열차, 한중 열차 만들 생각을 해야지 왜 이런(한중페리) 정도의 대안밖에 내세우지 못하는가.”

김 교수는 박 전 대표에게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뛰어넘을 것을 충고하기도 했다.

“자기 아버지였다고 해서 그 패러다임 속에서 모든 걸 고집하려고 한다면 이건 비극이다. 가차 없이 그 시대에 대한 과오도 인정하고, 인정할 건 인정해 가면서 자신은 그런 시대에 머물지 않는, 아버지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이러이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국민을 설득시키고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나야지, 인혁당 문제 같은 걸로 쩨쩨한 발언들 하고, 이렇게 해가지고 되겠는가.”

“盧, 저질러놓고 법에 의존하려는 태도는 아주 나쁜 것”

김 교수는 노 대통령에게도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경솔한 행동과 모든 것을 저질러 놓고 법에 의존하려는 태도는 아주 나쁜 것이다. 법이란 제도 역시 사람의 판단에 의존하는 것으로 완전한 것이 아니며 강자의 논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풍토를 만든다면 로펌만 살찌우는 일이다.”

그는 최근 노 대통령이 정치적 발언의 자유권 제한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일도 맹비난했다.

“그거 아주 나쁜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풍토가 국민들이 뭐든지 아무렇게나 저질러놓고 상대방이 불만을 가진다, 그럼 재판으로 가자, 이런 사회가 되면 과거부터 우리가 지켜온 유교사회의 질서 다시 말해 가급적이면 송사에 가지 말고, 어떤 도덕적 질서 등 여러 가지 우리 사회에 기능할 수 있는 걸 가지고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가자는 게 몇 백 년을 지켜온 전통인데 이걸 전부 법제적인 사회로 만든다면 로펌 돈만 벌어주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 진보에는 공헌했지만 이 시대 진보의 가장 중요한 화두인 남북문제, 환경문제에 있어서는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평했다.

“북민관계 변화 읽고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 돼야”

김 교수는 차기 정부를 이끌 대통령은 북미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읽고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더 이상 냉전 패러다임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것을 바꾸려고 하는 역사적 패러다임 쉬프트에 와 있기 때문에 북미관계는 급변하게 돼 있다. 이 변화를 읽지 못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의 대통령 자격이 없다. 동아시아 정세를 보면서 주체적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가지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줘야 한다.”

김 교수는 대선을 ‘거대한 화투판’에 빗대 “경마는 돈을 걸고 운에 맡겨야 하지만 대선은 내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다”며 “국민들이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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