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노동자들 "고달픕네다"

  • 입력 2007년 6월 19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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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통근 불편과 잦은 연장근무, 배고픔 등으로 인해 "고달픈"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와 남북경협 관련 단체에 따르면 1만5000여 명의 개성공단 노동자들은 오전 7~8시 시작하는 작업시간에 맞추기 위해 새벽 4시30분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공단 노동자들이 사는 개성시와 인근 3개군에서 공단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1시간. 그러나 공단행 교통편이 버스 66대에 불과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는 자전거를 이용하지만 90% 이상은 버스로 출근함에 따라 '러시 아워' 때는 40여명 정원의 버스에 80~100여명이 타서 '콩나물 시루'를 방불케한다고 한 업체 관계자가 19일 전했다.

그나마 그동안 49대가 운행되다 최근 17대가 증편된 것이다.

공단 노동자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우리 당국은 경의선을 이용한 통근열차 운행 등 다양한 교통수단 확보책을 북한측과 협의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S업체 관계자는 19일 "고용이 늘면서 공단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노동자가 많아져 통근 불편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경의선이 물류 수송은 안 되더라도 노동자들의 통근용으로는 하루속히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엔 5월말 현재 23개 업체에 노동자 1만50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 수는 1만 명을 넘어선지 6개월만에 50%나 증가하는 등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연장근무가 늘어나는 것도 공단 근로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통상 오후 5시쯤 작업이 끝나지만 최근 의류업체를 중심으로 주문량이 증가하는데다, 일부는 북측 노동자의 기초기술 부족으로 생산성이 낮아, 밤 10시 전후까지 연장근무를 하는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

연장근무 수당이 개개인에게 직접 지급된다면 힘든 만큼 버는 '재미'라도 있지만, 월급처럼 간접 지급되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들이 연장근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경협관련 단체들은 지적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노동자들의 고충은 배고픔.

대부분 업체에서 아침에 작업을 시작한 뒤 오전 10시부터 15분간 갖는 휴식시간에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점심 도시락의 절반을 먹어버린다는 것.

업체 측에선 '초코파이' 등을 간식으로 주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해 휴식시간에 도시락을 당겨 먹는다.

개성공단 노동자들이 북한의 다른 지역 주민보다 비교적 생활 여건이 나은 편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침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형편은 아니라고 한다.

이에 일부 업체는 생산성 저하를 우려해 점심시간을 아예 12시에서 11시로 앞당기기도 했다.

업체들은 구내식당을 운영하지만 비용과 운송 불편 등의 이유로 '국물' 종류만 제공하고 밥은 주지 않는다.

이밖에 노동당 지시 등을 외우는 '독본' 시간과 하루 일을 결산하는 '총화' 시간을 짧게는 30분 길게는 3시간동안 갖는 것도 공단 노동자들의 고달픔을 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경협단체인 남북포럼 김규철 대표는 "수당을 포함해 70달러 안팎인 공단 근로자들의 월급이 제대로만 지급된다면, 북한 물가를 감안할 경우 이들의 생활이 그다지 고달프지 않을 것"이라며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직불제'가 속히 정착돼야 노동환경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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