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 대통령과 ‘헌법 수난시대’

  • 입력 2007년 6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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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앉은 이)을 비롯한 중앙선관위원들이 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 과천=홍진환 기자
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앉은 이)을 비롯한 중앙선관위원들이 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 과천=홍진환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의 ‘법률가’ 대통령이다. 웬만한 대국민 서신이나 장문의 연설문을 직접 다듬는 스타일은 그의 법률가적 기질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평가포럼 특강 내용에 대해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렸다.

노 대통령이 선관위로부터 선거법 문제로 ‘경고장’을 받은 것은 2003년 12월, 2004년 3월에 이어 세 번째다. 누구보다 법 준수에 앞장서야 할 ‘법률가’ 대통령 앞에서 법률이 수난을 당하는 ‘아이러니’인 셈이다.

이외에 노 대통령의 발언과 현 정부가 내놓은 주요 정책도 줄줄이 법적 시비의 대상이 됐다.

노 대통령은 2004년 선거법 위반 발언으로 헌정 사상 초유로 탄핵심판을 받았다. 현 정부가 ‘균형발전’을 명분 삼아 가장 역점을 둔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무산됐다.

노 대통령은 헌재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에 대해 “관습헌법은 처음 듣는 이론”이라고 우회적으로 헌재를 비판했다. 이어 국무회의에선 “(헌재 결정으로) 결국 국회의 헌법상 권능이 손상되었고 정치 지도자와 정치권 전체의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며 헌재의 결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도 “헌재를 없애야 한다” “사법 쿠데타”라는 막말이 쏟아졌다.

노 대통령은 또 2005년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한 범죄에 대해선 민형사상 시효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고 소급입법에 의한 처벌 가능성을 내비쳐 파문이 일었다.

현행 헌법은 죄형법정주의로 소급입법에 의한 처벌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위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뒤늦게 “대통령의 발언은 형사적 소급 처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고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2일 참평포럼 특강에서 “그놈의 헌법” 운운하며 헌법 비하 발언을 하고, 청와대가 5일 중앙선관위의 전체회의를 앞두고 “선거법 위반 결정이 나오면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도 법률 경시 태도라는 지적이다.

김철수 명지대 법학과 석좌교수는 “법률가가 법률을 자기한테만 유리하게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해석해서야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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