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盧대통령 발언, 공무원 중립의무 위반 소지”

  • 입력 2007년 6월 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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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왼쪽)의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이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포럼 월례강연회에서 강연하는 노 대통령. 김경제  기자
노무현 대통령(왼쪽)의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이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포럼 월례강연회에서 강연하는 노 대통령. 김경제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참평포럼) 연설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7일 위원 전체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한 것은 판단 대상이 현직 대통령의 발언으로 사안이 중차대하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2003년 12월과 2004년 3월에도 노 대통령 발언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위원 전체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7일 열리는 위원 전체회의에서는 2004년 5월의 헌법재판소 결정문이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헌재는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그해 2월 노 대통령이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발언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행위가 아닌 발언만을 가지고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선거법 조항이 너무 추상적”이라며 “지금으로선 최고의 가이드라인은 2004년 헌재 결정문”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이때 노 대통령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공직선거법 9조)는 위반했다고 판단했으나 ‘공무원의 선거운동금지’(공직선거법 60조) 조항은 어기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복수의 선관위 관계자는 “당시 헌재의 판단 기준으로 보면 노 대통령의 이번 연설 내용도 대체로 선거운동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부분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2004년 헌재가 노 대통령이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한 게 아니라고 결론 내린 근거들은 △아직 정당의 후보자가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였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는 호소했으나 그것을 능동적 계획적인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점 등이었다. 이번 참평포럼 연설도 이런 점에서는 2004년 2월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과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러나 2004년 헌재는 “선거가 임박했고, 대통령이 자신에게 부여되는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과제에 부합되지 않는 방법으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선거 중립 의무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이석연 변호사는 “2004년 발언이 헌법 위반이라고 적시한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나는 나대로 간다’는 식의 오만함을 보였다”며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헌법 무시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2004년 5월 헌재 결정문 중 공무원의 중립의무 관련 부분:

(2004년 2월 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반복하여 특정 정당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나아가 국민에게 직접 그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자신의 직위에 부여되는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사용한 것은 국가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국민 모두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그의 과제와 부합하지 않는 방법으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고, 이로써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하였다.

▼ 尹홍보수석 “반복 행위 아니므로 위법 아니다”▼

“선거법 위반이 될 여러 조건 중에 계속적 반복적 조항이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그 자리(참여정부평가포럼)에 처음 나갔다.”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 대통령의 2일 참평포럼 연설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제시한 근거다. 과연 그럴까.

복수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한 관계자는 “법은 한 번을 어겨도 위반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2004년 헌법재판소가 그해 2월 노 대통령의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9조를 어긴 것이라고 판단할 때도 발언이 계속적 반복적이었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선거운동에 해당하느냐의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발언이라도 계속적 반복적으로 했는지 여부가 중요해진다.

선거법은 선거나 후보에 관한 단순한 의견 표현은 금지하고 있지 않다. 그런 의견 표명을 모두 선거운동으로 규정하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비판 의견을 밝히는 일을 계속적 반복적으로 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면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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