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명건]19시간 30분… 끊어진 對中 정보채널

  • 입력 2007년 5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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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물선 ‘골든로즈’호의 안타까운 침몰 사고는 외교통상부의 한심한 정보 수집 능력을 되돌아보게 한다.

12일 오전 4시 5분(한국 시간) 중국 해역에서 골든로즈호와 충돌한 중국 컨테이너 선박 ‘진성(金盛)’호가 중국 옌타이(煙臺) 해사국에 사고 사실을 알린 것은 이날 오전 11시경이었다. 하지만 한국 외교부는 12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반경이 돼서야 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중국 당국이 경비정과 헬기로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는 동안 외교부는 한국인 선원 7명 등 16명이 실종된 사건이 발생한 사실 자체를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외교부가 뒤늦게 사태 파악을 한 것은 골든로즈호가 소속된 부광해운으로부터 사고 발생 신고를 받은 해양경찰청이 외교부에 팩스로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외교부의 대중(對中) 정보 채널은 깜깜무소식이었다. 서울의 외교부 본부도, 중국 베이징(北京)의 주중 한국대사관이나 사고 해역 인근 주칭다오(靑島) 총영사관도 중국 측으로부터 사고에 관한 정보를 전혀 입수하지 못한 상태였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13일 0시 50분이 돼서야 중국 교통부 해사국으로부터 처음 사고 사실을 통보받았다. 주칭다오 총영사관은 비슷한 시간 중국 언론의 보도를 접하고 비로소 사고 발생 사실을 알았다. 그 전에 한중 간에 외교 채널을 통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해상에서의 조난사고에 관한 양국의 공조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잘못이 크지만 한국의 정보력도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교부 내에서조차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이 많다. 국가의 외교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정보력이라는 것에 대해 과연 어느 외교관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올해는 한중 수교 15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달 방한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 양국의 우의를 재확인했다. 연말까지 양국에선 100여 건의 수교 15주년 기념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골든로즈호 침몰 사고처럼 중요한 사안에 관한 정보를 양국이 신속히 주고받지 못하는 사이라면 양국의 협력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외교부는 적은 인력 탓을 할 게 아니라 구멍 뚫린 대중 정보망부터 근본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

이명건 정치부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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