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잃은 개헌’ 카드 거둘 명분찾기?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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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비서실장, 청와대 방침 발표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11일 오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조건부 유보 방침을 발표하기 위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제 개헌 추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다. 김경제 기자
文비서실장, 청와대 방침 발표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11일 오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조건부 유보 방침을 발표하기 위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제 개헌 추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다. 김경제 기자
청와대의 개헌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11일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 개헌 발의를 유보하라는 6개 정당 및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요청을 청와대가 조건부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각 당이 차기 국회 개헌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국민에게 책임 있게 약속하라”고 국회를 압박했지만 개헌 추진 동력은 갈수록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각 당이 노 대통령에게 개헌정국의 ‘퇴로(退路)’를 열어 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건부 수용 배경은=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은 개헌발의 철회의 조건으로 “각 당이 차기 정부와 차기 국회에서 개헌하겠다는 것을 당론으로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기류는 이전보다 상당히 완화된 듯하다. 개헌안 국회 통과 가능성과 관계없이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기존 태도를 바꿔 협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청와대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일치를 근간으로 하는 개헌안의 내용 자체에 대해서도 협상의 여지를 남겨 놓은 점이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 1년 단축 약속’ 문제까지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은 협상국면을 징검다리 삼아 개헌정국에서 발을 빼려는 수순으로 관측된다. 개헌 추진을 위한 주변 상황이 나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임기 중 개헌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고, 원내에서 노 대통령의 ‘뜻’을 책임 있게 밀어줄 정치세력도 없는 상태다. 개헌안이 국회 표결을 통과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하지만 청와대의 기류 변화를 개헌 카드의 완전 포기로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청와대가 개헌 문제에 대해 정치권과의 협상 용의를 밝히면서도 “노 대통령이 주장한 ‘원 포인트’ 개헌안만큼은 협상에서 반드시 합의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 협상 어떻게 되나=노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원론적인 방침만 밝힌 상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5당 원내대표와 통합신당모임이 개헌안 발의 유보를 요청하고 나섬에 따라 청와대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후속 대응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정치권의 논의 과정이 일차 변수인 셈이지만 의견 조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차기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를 당론으로 채택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통합신당모임 양형일 대변인도 “18대 국회가 출범하면 가장 중요한 문제로 개헌을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차기 국회에서의 개헌을 당론으로 결정하라는 청와대의 요구에 대해 “청와대는 개헌안 발의를 조건 없이 철회하라”고 받아쳤다.

또 민주당은 별도의 당론 채택 절차가 필요 없다고 했고, 민주노동당도 당론 채택 운운하지 말고 정치권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대선주자들도 환영=대선주자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두바이를 방문 중인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동행한 기자들에게 “각 당이 합의해서 개헌안 발의 유보를 요청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의 한선교 대변인은 “올해는 대선뿐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과 관련해 모두가 바쁜 시기”라며 개헌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은 “노 대통령이 개헌에 책임 있게 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고 정동영 전 의장은 “각 대선주자는 임기 1년 내에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4년 중임제 도입뿐만 아니라 새로운 헌법의 틀을 세울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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