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일본이 북-미관계 방해하려 한다”

  • 입력 2007년 3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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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관계는 화창, 북-일 관계는 먹구름.’

요즘 북한의 외교 기상도는 이렇게 압축될 수 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회의 참석을 위해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비공개간담회 발언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과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부상은 “조미(북-미) 간 사이가 좋아지고 있다. 그런데 일본이 조미 간 사이가 좋아지는 것을 싫어하고 방해하려고 한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일본을 북-미 관계의 ‘이간세력’으로까지 표현했다.

김 부상은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일본 정치인들이 선거에 악용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홍수로 살아 있는 사람도 떠내려가는데 죽은 사람(유골)까지 지켜줄 경황이 없었다. 유골을 가족들에게서 일일이 서약서까지 받아 일본에 보내 주었다”며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 유골이 뒤바뀐 것으로 나타난 것은 북한의 고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북-미관계에 대해 ‘전략적 이해관계’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말까지 하면서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북-일 실무회의에 참석한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도 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지지율 회복을 위해 납치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해 북-일 협상이 난조임을 극명히 보여줬다.

7, 8일 하노이에서 열린 실무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오른 송 대표는 경유지인 베이징(北京)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교도통신 기자에게 이같이 밝혔다.

토머스 시퍼 주일 미국대사도 9일 “일본의 일부 지도자들이 위안부 문제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미국 내에서도 이 문제가 ‘핫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퍼 대사는 이날 일본 기자단과의 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일본에 사죄를 촉구하는 내용의 미 하원 외교위원회 결의안에 반대해 온 데이나 로러배커(공화) 씨와 같은 지일파 의원들이 찬성 쪽으로 돌아선 것을 예로 들었다.

북-일 관계가 꼬이면서 6자회담의 조정자였던 중국도 다급해졌다.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9일 김 부상과 만난 뒤 ‘6자회담’을 주제로 누리꾼과 가진 채팅에서 “일본은 동북아 지역의 중요한 국가다. 일본이 6자회담에 참여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북 원조 분담에 대해서도 “일본도 동참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베 총리는 9일 참의원 외교 방위위원회 답변에서 “북한의 경제 사정은 매우 심각하고 에너지와 식량도 부족하다. 북한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가 어떻게든 필요하다는 인식을 마음속으로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토대로 납치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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