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영구적 불능화에 끝까지 저항할 것”

  • 입력 2007년 2월 1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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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더 좁혀질까 6자회담이 타결된 13일 오후 각국 수석대표들이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을 만나기 위해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회담장에 모였다. 탕 위원을 기다리는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와 귓속말을 주고받는 동안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멀찌감치 혼자 떨어져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거리 더 좁혀질까
6자회담이 타결된 13일 오후 각국 수석대표들이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을 만나기 위해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회담장에 모였다. 탕 위원을 기다리는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와 귓속말을 주고받는 동안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멀찌감치 혼자 떨어져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북한은 핵시설의 영구적인 불능화(不能化·disabling)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일시적인 불능화가 점차 장기화되면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으므로 의미는 있습니다.”

지난달 30일부터 닷새간 방북해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난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사진) 소장은 1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베이징 합의는 북한 관리들이 기대한다고 말했던 것과 비슷한 내용이지만 중유 원조 5만 t은 그들의 기대보다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 협상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동결과 신고를 비롯한 두 단계에 이어) 언급되지 않은 3단계가 있다. 북한 관리들은 핵시설 및 핵무장을 실제로 해체하는 단계로 진입하려면 그 전에 경수로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매우 어려운 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합의는 ‘좋은 내용’이라고 본다.”

대학원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 올브라이트 소장은 1992∼199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과 함께 이라크 사찰에 참가한 핵사찰 전문가다. 그에게 북핵 시설 불능화의 기술적 전망을 물었다.

“핵시설 불능화는 영구적인 것과 일시적인 것으로 나뉜다. 그동안 북한 관리들과 불능화에 대해 토론했는데 그들은 ‘일시적인 조치’만을 말했다. 그건 단지 시설에서 연료를 빼버리고 원할 때는 연료를 다시 넣으면 되는 방식이다. 영구적인 불능화는 연료를 빼낸 뒤 핵심을 파괴하는 것인데 내가 보기에 북한은 일시적인 불능화만 허용하려 할 것이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어 “그럼에도 이번 합의는 제네바 합의와는 ‘철학적인’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네바 합의의 틀에선 북한은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을 유지할 권리가 있었다. 언제나 재가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지향한다. 물론 북한은 영구적인 불능화 요구에 저항하겠지만 결국엔 영구적으로 불능화하거나 해체하는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실제적인 해체가 몇 년 안에 이뤄지긴 어렵겠지만 일시적인 불능화 상태가 길어질수록 재가동에 필요한 시간 또한 점점 더 길어지는 방향으로 상황이 변화될 수 있다.”

―미국뿐 아니라 북한의 태도도 상당히 변했는데 그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중국의 압력, 핵무기 보유에 따른 자신감, 미국이 이라크 이란에 매여 있는 상황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초기 단계의 합의를 받아들여도 위험 요소가 별로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북한 관리들은 이미 소형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것을 미사일로 운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원자로 폐쇄는 중유를 얻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에 비하면 작은 비용에 불과하며 미국이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느끼면 언제든 재가동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 같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日, 7월선거 이후 국제협조로 기울듯”오코노기 게이오대 교수

일본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사진) 게이오(慶應)대 교수는 이번 중국 베이징(北京) 6자회담의 최대 특징은 미국과 북한이 협의를 이끌어 낸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의 결과 일본 외교는 ‘국내여론이냐, 국제협조냐’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궁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6자회담 합의 결과에 가장 난처해진 것은 대북 강경 자세를 고수해 온 일본 정부인 듯하다.

“일본에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하나는 국내여론을 중시해 현재의 대북강경자세를 유지하는 것인데, 국제협조에서 외톨이로 남겨질 각오를 해야 한다. 또 하나는 국제협조 노선을 우선하는 것인데, 이 경우 납치 문제를 중시하는 국내여론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일본이 어떤 선택을 할까.

“일단 여론을 중시하다가 서서히 국제협조를 중시하는 쪽으로 전환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명운이 걸린 7월 참의원 선거까지는 전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합의 내용은 잘 진전될 것이라고 보나.

“문제는 속도다. 조지 W 부시 정권은 자신의 궤도 수정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빌 클린턴 정권의 ‘북-미 기본합의’ 이상의 성과를 강조하려 하고 있다. 부시 정권이 과도한 대북유화정책에 빠질 위험조차 있다고 본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합의 어길때 처벌규정 없어… 낙관 어렵다”장롄구이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6자회담 시작 이후 가장 성공적인 합의 문서지만 북한이 이미 만든 핵무기 처리에 대한 규정이 없고 합의한 내용도 각국이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많아 제대로 이행될지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한반도 전문가 장롄구이(張璉괴·사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14일 제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을 이같이 평가했다.

―이번 합의문을 어떻게 평가하나.

“성공과 미흡함의 양면이 모두 있지만 가장 큰 의의는 6자회담이 북한 핵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2003년 8월 이후 처음으로 ‘토론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이행했다는 점이다.”

―성공한 측면은 무엇인가.

“각국이 취해야 할 조치의 구체적 일정이 짜였다는 점이다. 다음 회담 날짜를 잡았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회담 지연 방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북한과 나머지 5개국이 취해야 할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 구현됐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미흡한 측면은….

“합의 불이행에 따른 처벌 규정이 없다. 합의를 이행하도록 강제할 방법도 없다. 문건 내용이 모호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영변 이외의 핵시설은 어떻게 할 것인지, 기존 핵 프로그램은 폐기하지만 이후에 다시 핵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가 모두 불명확하거나 규정에서 빠져 있다. 기존 핵무기 처리 규정도 없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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