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초기 남북정상회담 성사직전 무산"

  • 입력 2007년 2월 4일 2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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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초기 남북정상회담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다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5일 방송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재임 당시 러시아 측의 제안으로 이르쿠츠크에서 자신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고 말했다.

3일 동교동 자택에서 사전 녹음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은 가능성이 있으며, 또 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내가 알기로 노무현 정권이 시작됐을 때 남북 간에 정상회담이 일단 합의가 돼가던 시기가 있었으며 얘기가 거의 다 됐다가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데에는 미국이 변수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더 이상 깊이는 못 들어 잘 모른다"고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상회담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고 대북특사 파견 얘기가 오가던 시절이 있었고 기사화도 됐었다"며 "특사를 보내는 방안이 얘기되다가 최종적으로 안됐고 김 전 대통령이 그것을 놓고 (정상회담) 합의 수순으로 해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러시아가 남·북한 및 러시아 3자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사실을 공개하면서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하지 말고) 김 국방위원장이 남쪽으로 내려와야 한다. 서울에 오지 못하면 제주도나 휴전선 가까이라도 와서 해야 한다'며 내가 (러시아측의 제안을) 거절해 진전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남북정상회담의 정치적 이용 비판에 대해 "과거 남북정상회담 때도 북한 측이 곧 다가올 국회의원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해 차라리 안 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선거에 별 도움이 되지도 않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의 정부' 시절 아파트 상한가 폐지 및 카드 남발 정책에 대한 노 대통령의 비판에 "어느 정권이든 허물은 있지만 후임 정권은 그런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도 임무"라며 자신은 전임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않았느냐고 말해 참여정부의 전임정부 탓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탈당사태 및 향후 대선구도와 관련해 "그 사람들이 무슨 큰 정책 차이로 갈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 국민이 양당 제도를 선호한다는 것은 역사적인 증거이고, 이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는 당위성은 상당히 많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은 일종의 춘추전국시대니까 예측하는 것이 빠르지만 금년 중반기쯤 가면 야당 후보도 나오기 때문에 여당 측 사람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더라도 하나로 합쳐서 강력한 야당후보에 대항하느냐는 문제가 필연적으로 대두된다"며 "그래서 단일정당으로 뭉치냐, 단일후보를 연합해서 지지하는 방향으로 뭉치냐는 두고 봐야 할 문제"라며 '여권 분열후 통합' 가능성을 전망했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에 대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당선시켜 줬는데 갈라섰다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바와 틀렸고, 그런데서 이런 불행이 온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제라도 제대로 하고 싶거든 열린우리당 분들은 전부 국민이 뭘 바라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4년 연임개헌' 제안과 관련,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개헌을) 얘기한 분도 많았고 지금 '필요하냐, 안하냐'의 문제는 국민까지도 이론이 없는 것 같다"며 "개헌문제에 대해 중임제가 옳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여론과 정부가 생각하는 입장이 잘 절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의 비전과 철학에 대해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더욱 심화시키고 확고한 기반을 세우는 동시에 경제를 이끌어 나가야 된다"며 "경력과 인격, 사람 됨됨이, 국민이 존경하고 신뢰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을 우리가 뽑아야 하지 않는가"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모 방송사 라디오 프로그램의 '3김 퀴즈' 코너와 관련해 "난 3김 얘기 나오면 별로 듣고 싶지 않다. 3김은 이제 끝났는데 무슨 3김이야"라고 받아 넘겼다.

그는 "3김 퀴즈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매일 틀린 답을 말한다. 정답을 맞추는 쪽으로 교정하라고 할까요"라고 질문하자 "답을 틀리게 해요"라고 반문한 뒤 "시청자가 좋아하는 대로 하라고 그러세요"라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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