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집 사지 마라” 대통령의 장담…이번엔 먹힐까

  • 입력 2007년 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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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TV로 생중계됐지만 서울역 대합실에 있던 시민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TV 앞에 서 있는 시민도 관심 없다는 듯 딴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훈구  기자
25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TV로 생중계됐지만 서울역 대합실에 있던 시민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TV 앞에 서 있는 시민도 관심 없다는 듯 딴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훈구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이) 더 올라가면 더 강력한 것을 준비해서 내겠다”고 밝혀 추가 부동산 대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무리해서 빚내서 (집을) 사지 마라. 지금 집을 사지 못해 큰 낭패 볼 사람 없지 않나”라고 말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집값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2005년 ‘8·31부동산대책’ 때도 집값이 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1년도 안 돼 주택시장이 요동쳤다.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과 이백만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도 작년 말 “집을 사지 마라”고 장담했지만 결국 지탄의 대상이 됐다.

○ 집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노 대통령이 주택 구입을 미루라고 역설한 데에는 더는 집값 상승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가 깔려 있다.

굳이 그의 말이 아니라도 현재 일부 아파트값이 ‘거품’ 수준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다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집값 변동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어 이 같은 주장이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서울 아파트만 놓고 보면 2003년 ‘10·29대책’이 나온 뒤 14개월가량은 가격이 안정됐지만 이후 급등해 2005년 ‘2·17대책’과 ‘5·4대책’ ‘8·31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불과 5개월 만에 집값 상승률이 전달 대비 1%를 넘어서자 지난해 초 ‘3·30대책’에 이어 ‘11·15대책’, 올해 ‘1·11대책’이 쏟아졌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율도 10·29대책 이후에는 1년 5개월가량 안정세를 보였지만 8·31대책 때는 8개월만 약발이 지속됐다.

따라서 1·11대책의 성패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지금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거래가 끊긴 측면도 있다”며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적 기대가 형성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공공 주택공급 대폭 확대될 듯

세제(稅制)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1·11대책에서 효력을 입증한 금융 규제와 공급 확대가 정부가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관측된다.

이 가운데 공급 확대는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5일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혀 임대주택과 공공부문 주택 공급물량을 대폭 늘리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이 참가하는 부동산펀드를 조성해 재원을 마련하고 민간 택지에도 장기임대주택 의무비율을 적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용섭 건교부 장관도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주택 공급이 부족하면 전월세용 아파트를 분양물량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 부문에서는 주택투기지역 주택담보대출을 ‘1인 1건’이 아닌 ‘가구별 1건’으로 바꾸거나 대출총량제를 도입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수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이 1990년대 실시했다 거품 붕괴를 촉발했다는 지적을 받은 대출총량제는 시행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이 우려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제한돼 있다”며 “공급 확대를 빼면 ‘추가 대책’ 발언은 엄포용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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