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신년연설 “민생문제 ‘만든’ 책임은 없다”

  • 입력 2007년 1월 23일 22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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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3일 밤 10시 신년연설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6자회담이 어떤 결론이 나기 전에는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본다"며 "그러나 문은 항상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밤 신년특별연설에 앞서 미리 배포한 연설문을 통해 노 대통령은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신년연설은 밤 10시부터 TV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노 대통령은 탈당을 예고한 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파에 대해 "열린우리당 창당은 분당이 아니었다. 1987년 지역구도로 가기 전의 여야 구도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다시 흔들리고 있는 것은 지역주의의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은 통감한다.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면서도 "그러나 (참여정부는) 민생문제를 만든 책임은 없다. 민생문제는 문민정부 시절에 생긴 것을 물려받은 것"라며 민생 위기를 이전 정권 탓으로 돌렸다.

노 대통령은 연설 첫머리를 지난 임기 4년동안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대(對) 국민 사과성 발언으로 시작한 뒤, 민생문제의 원인과 그 해법을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노 대통령은 "문제는 민생"이라며 "민생이라는 말은 저에게 송곳"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지난 4년동안 저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고 있고, 지금도 이 한 마디는 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고 편치 않은 심경을 드러내 보였다.

노 대통령은 "보통 사람들의 민생도 어렵고, 특별히 취약한 계층의 민생도 어렵다. 그냥 어려운 것이 아니고 보통 사람들의 살림은 더욱 어려워지고 어려운 사람들은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통령 후보시절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을 상기시킨 후 "그러나 지금은 많은 서민들이 저를 '서민을 위해 일한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바로 그 원인이 "민생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으로 면목이 서지 않는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거듭 사과했다.

과거 자신을 성원했던 핵심 지지층인 서민 계층이 지지 대열에서 이탈한 이유에 대한 나름의 진단으로 보였다.

그러면서 민생 문제의 원인을 분석했다. 노 대통령은 "물론 민생문제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있었던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지금의 민생 문제는 옛날의 민생문제와는 다른 새로운 현상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바로 양극화 현상이고, 세계화, 정보화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97년 외환위기로 우리 사회는 양극화 심화라는 '태풍'을 맞았고, 이를 계기로 부도기업, 실업자, 비정규직 숫자가 급증했고, 2002년 신용위기를 맞아 가계 부도사태까지 초래하며 거듭해서 수렁에 빠진 민생 현실을 상기시켰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민생 문제의 대책에 대해서 "경제만 좋아진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어야 민생이 해결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만이 아니라 사회정책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정책이 동원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후 신년연설의 상당 분량을 참여정부가 추진해왔던 다양한 정책들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그런 정책들이 민생문제 해결, 양극화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민생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는 표현으로 수용했지만, '참여정부가 민생을 파탄시켰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론을 폈다.

노 대통령은 "지금 민생의 어려움이 오로지 참여정부의 책임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제한 뒤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은 통감하고 있고, 거듭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한계는 분명히 하고 싶다. 민생문제를 만든 책임은 없다. 참여정부의 민생문제는 물려받은 것이며, 문민정부 시절에 생긴 것을 물려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국민이 책임을 묻는다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받아들이겠지만, 그러나 스스로 원인을 만든 사람들이 '민생 파탄'이라는 말까지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데는 승복할 수가 없으며, 적반하장, 후안무치라고 대답하고 싶다"며 문민정부 시절의 집권당이었던 지금의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또 "경제가 좋아지면 민생문제는 모두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양극화까지도 경제만 좋아지면 해결된다는 주장인 것 같다"며 "참 단순하고 속 편한 논리"라고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언제 대통령이 바뀌어서 민생이 금방 달라졌던 기억이 있느냐"고 반문한 뒤 "민생 문제라는 것이 한 두개의 정책으로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 정부의 정책이 쌓여서 오늘의 민생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극화 문제는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문제이고, 미국도 일본도 아직 풀지 못하고 있는 문제"라면서 "멀리 내다보고 여러 가지 정책을 종합하여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단번에 잡지 못하고 혼란을 드려서 죄송하다"면서도 "한번에 잡지 못한 이유는 야당과 일부 '부동산 언론'의 반대와 흔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간 부문의 (주택 공급) 위축에 대비해 공공부문의 공급정책을 준비 중이며 곧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번 신년연설과 별도로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주요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신년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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