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거리에 핵구호 사라졌다… 남북관계 복원에 적극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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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는 이랬는데… 지난해 말 북한 평양 시내 중심가에 핵 보유 관련 선전물들이 내걸려 있던 모습. 올해 들어 북한을 방문한 인사들은 이 같은 핵 보유 관련 구호가 평양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 달 전에는 이랬는데…
지난해 말 북한 평양 시내 중심가에 핵 보유 관련 선전물들이 내걸려 있던 모습. 올해 들어 북한을 방문한 인사들은 이 같은 핵 보유 관련 구호가 평양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북한이 새해 들어 남북관계 복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년공동사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난해 핵실험으로 ‘강성대국’ 건설에 성공한 만큼 2007년에는 인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남북 경제협력과 민간교류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핵실험 후 유엔 결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경제사정이 악화돼 굶거나 얼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이 같은 ‘핵겨울’ 역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복원하자”=2005년 ‘8·15 민족통일 대축전’ 때 북한 대표 단장으로 남측을 방문했던 김기남 노동당 비서는 20일 “남조선 당국은 현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하고 화해와 협력, 통일의 길로 나가기 위한 응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중단된 남한 당국의 식량과 비료 지원의 재개가 쉽지 않다고 보고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끌어가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은 개성 관광 사업자를 롯데관광으로 바꾸려던 방침을 철회하고 당초 합의대로 현대아산과 하겠다는 결정을 정부와 현대아산 측에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8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을 찾았을 때 북측 관계자들이 개성 관광을 현대와 하기로 했다는 말을 했으며 현대아산 관계자들에게도 ‘올해는 개성 관광 사업을 잘해 보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수해로 취소됐던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도 4월에 재개해 외화벌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의 경우 남측 관광객 7337명이 아리랑을 관람해 약 400만 달러를 관람료 등으로 지급했다.

▽사라진 ‘핵보유국’ 구호=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대북 소식통은 “평양시내를 가득 채웠던 핵 관련 구호가 사라지고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하는 구호가 새로 등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평양 체류 기간에 호텔에서 시청한 TV 보도에서도 핵 보유에 관한 내용이 자취를 감춘 대신 경제활동과 관련된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북한의 혹독한 겨울나기=영국의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21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으로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면서 주민들이 어느 때보다도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 신문의 보도 내용 요약.

“평양에서 동북쪽으로 320km 떨어진 고지대 외딴 마을 ‘구강’에선 폭설에 이은 혹한으로 최근 주민 46명이 동사했다. 희생자 중에는 여성과 어린이도 많았다. 올겨울에만 북부 산악지대에서 300명 이상의 주민이 영하 30도를 밑도는 추위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의 한 관리는 ‘어느 누구도 살아서 이 고립된 마을을 빠져나가지 못했다’며 구강 마을의 비극을 확인했다. 그러나 평양의 특권층 5만 명은 온수와 난방, 위성TV 등으로 호화로운 겨울을 즐기고 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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