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도 탈당 시사… 與 29일 ‘운명의 날’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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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 열린우리당 내에서 ‘2·14 전당대회’ 무용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21일 서울 영등포 당사의 지도부 회의실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김동주 기자
적막
열린우리당 내에서 ‘2·14 전당대회’ 무용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21일 서울 영등포 당사의 지도부 회의실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김동주 기자
법원이 19일 열린우리당 당헌 개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통합신당 추진에 큰 장애가 생긴 열린우리당은 20일 비상대책위원회 심야 회의를 열고 29일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기초·공로 당원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을 의결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이 지적한 절차상 하자를 바로잡은 뒤 이미 비대위가 추인한 전당대회 의제인 ‘대통합 신당’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비대위는 다음 달 1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도 계획대로 치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당내 최대 계파 수장인 정동영 전 의장이 21일 탈당을 시사함으로써 당내 탈당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 전 의장 “결단할 수밖에”=정 전 의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팬클럽인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출범식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수의 개혁·모험주의자의 방해로 (통합신당이) 좌초된다면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결단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소수 개혁·모험주의자들의 기득권 지키기 정치가 계속된다면 (그들과) 같이 갈 수 없다”며 “29일 중앙위원회(의 당헌 개정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장의 이날 발언은 29일 중앙위원회에서 기초·공로당원제로의 당헌 개정이 부결된다면 탈당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의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정 전 의장의 이날 발언은 비대위 해체와 기간당원제 고수를 주장하는 당 사수파에 대한 경고이자, 선도 탈당을 주장해 온 일부 의원에 대해 행동을 자제하라는 압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탈당 움직임은 29일이 고비=21일 현재 당내에서 공식적으로 탈당을 주장했거나 시사한 의원은 대략 5, 6명. 여기에 수도권 재선그룹의 탈당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탈당 날짜를 못 박은 의원은 없다. 그러나 천정배 염동연 주승용 의원은 전대 이전에 탈당할 수 있다는 견해다. 전대가 열린우리당의 발전적 해체를 합의해 내지 못한다면 그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천 의원 측은 “아직 탈당을 결단하지는 않았지만 ‘비상한 길’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중앙위원회 결정이 (탈당 등) 시기를 잡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40∼50명 탈당’을 주장했던 주 의원은 “탈당 가능한 의원이 20여 명 된다. 여기에 김 의장계와 정 전 의장계를 합치면 그 정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고 말했다.

김부겸 정장선 등 수도권 일부 재선그룹은 탈당 시기를 전대 이전으로 할지 이후로 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인 임종석 의원은 “지금 탈당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대를 치러서 정말 ‘이 당 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독 탈당을 시사한 이계안 의원은 전대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견해다.

중앙위원회가 당헌 개정 여부를 결정하는 29일이 탈당의 주요 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부결되면 책임지고 비대위가 총사퇴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러운 당의 분열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근태 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현 시점에서 탈당을 거론하거나 직무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자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혁규 의원도 “당이 어렵다고 탈당부터 선택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與 비대위, 29일 중앙위서 당헌 개정안 재의결 추진▼

위원 68명 중 20여명이 사수파
“비대위 계획대로 되진 않을 것”

열린우리당이 ‘개정 당헌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법원발(發) 충격파에서 헤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9일 중앙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지만 중앙위가 소집된다 해도 당헌 개정은 별개의 문제다. 당헌 개정을 위해선 재적 중앙위원 68명 가운데 3분의 2인 4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당헌 개정에 반대하는 위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은 현역의원 외에도 각 시도 당 위원장 등 원외 인사 29명이 참여하고 있다. 중앙위원 가운데 김형주, 김태년, 이광철 등 현역의원 5, 6명과 김두관 전 최고위원의 동생인 김두수 중앙위원 등 15명 안팎의 원외 인사들은 당 사수파로 분류되고 있다.

결국 20여 명의 당 사수파 가운데 일부가 찬성으로 돌아서지 않는 한 당헌 개정을 위해 필요한 46명의 찬성표를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29일까지 당 사수파를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신당파마저 비대위의 결정을 100% 지지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당파로 분류되는 중앙위원인 주승용 의원은 이날 ‘계획된 해외 출장’을 이유로 29일 중앙위 불참 의사를 밝혔다. 주 의원은 “기간당원제나 기초당원제나 어차피 ‘도로 우리당’”이라며 “의원 139명이 다 같이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이 정리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더 큰 장애물은 법원의 결정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당 사수파의 집단 반발 가능성이다. 김두수 중앙위원은 “지금 대책을 세우고 있는 중이지만 결론적으로 비대위의 계획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당내 분란의 가닥을 잡아야 할 최고 지도부인 비상대책위도 출범 7개월여 만에 사실상 ‘뇌사상태’에 빠졌다. 법원 판결 이후 ‘비대위 해산’을 요구하는 일부 기간당원의 목소리가 커진 데다 통합신당파들도 ‘더는 비대위를 못 믿겠다’며 탈당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어 사면초가인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대위가 내부 균열을 보이면서 일부 비대위원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비대위는 20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어 기간당원제로 전당대회를 치를지,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기초당원제로 당헌 개정을 강행할지를 놓고 4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위원들은 김근태 의장에게 최종 결정 권한을 넘겼지만 김 의장이 결단을 내리지 못해 표결을 통해 5 대 4로 당헌 개정을 강행하기로 했다.

19일 오후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는 김 의장을 비롯해 이강래 이석현 정장선 의원 등이 비대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은 앞으로 비대위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중간에 회의장을 떠났다.

이 같은 여러 사정으로 29일 중앙위에서의 당헌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번지고 있다. 이 경우 비대위가 다음 달 14일 예정대로 치르기로 한 전당대회도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는 이미 ‘전당대회 무용론’도 확산되고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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