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편집·보도국장단 문답

  • 입력 2007년 1월 17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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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추진 의지와 소신을 강력하게 피력하면서 "국회에 의안이 발의되면 의무적으로 토론해야 하며, 그것이 법적 의무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국회를 압박했다.

이날 간담회는 개헌 제안의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전날 노 대통령의 '기자실 기사 담합' 발언 파문에 대한 입장표명도 이뤄졌다.

다음은 국장단과 나눈 문답 요지이다.

-어제 대통령의 '기사실 담합' 관련 발언에 대해 보건복지부 담당기자들이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대통령의 입장을 듣고 싶다.

▲제일 마음 상한 부분이 '죽치고 앉아서' 표현인 것 같은데, 요즘 저도 기자들이 매우 바쁘게 열악한 환경에서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면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겠는데, 그 표현이 들어갔다.

실제로 그 표현에 담긴 제 생각은 죽치고 앉아서 논다는 뜻이 아니고, 수동적 취재 형태, 소위 발표 저널리즘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다가 나온 얘기로 여러분들 감정에 손상을 입힌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사례가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하고 양해를 해주면 고맙겠다.

-복지부의 재원마련 대책도 없는 짜임새 없는 발표가 이번 사태 일으킨 게 아닌가.

▲저는 모든 정책이 다 예산대책을 세워서 발표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정책은 큰 방향을 결정하고 그 다음에 예산을 맞출 수도 있다. 복지전략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좀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정책이 아니냐, 예산같은 것은 추후에 마련해 가도 정책으로서 손상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언론이 지적한 것도 당연하다. 관점에 차이가 있는 것은 상관없다. 그러나'대선용'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다.

-정확하고 올바르게 보고 되는지 의문이 있는 정부 보고를 너무 신뢰하고, 언론을 불신하는 위험에 빠져 있지 않은가.

▲기우이다. 역대 어느 대통령 보다 참모에게 정보를 의지하는 수준이 낮다. 정부의 허위보고를 대통령이 간과하는 것이 전혀 없지 않겠지만, 그 어느 정부에도 비교안 될 만큼 매우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 정책기사점검시스템이 있다. 정부정책에 대한 긍정적, 건설적 대안제시나 합리적 보도, 지적은 전부 다 정리하게 돼 있다.

건전비판 수용시스템을 갖고 있다. 수시로 점검한다. 정부 시스템안에서 발견할 수 없는 것 신문에 띄워주면 정부 수렴하는 시스템 갖추고 있다.

이런 점에서 들어오는 방향에서 소통은 그렇게 막힘이 없을 것이다. 저는 나가는 방향의 소통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병완 비서실장이 개헌과 관련해 '탈당 그 이상의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건 무엇인가.

▲'그 이상' 그 말씀은 구체적 내용이 있다기 보다는, 표현의 강도를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그렇게 쓴 용어일 것이다. 가진 게 없으니까 그 이상 내 놓을 것도 없지만, 가진 것만 있다면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르고라도 이건 꼭 해야 된다, 이런 취지로 이해한다.

-과거정권 또는 현 정권에서 4년 중임제였다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사례는.

▲외환위기의 원인의 경우 임기 말 누수 현상도 일조했다 말할 수도 있다.

4년 중임제는 여소야대를 딱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제도인 것은 맞다. 선거의 횟수도 줄일 수 있다. 옛날 정권들도 다 중간선거에서 골병 다 들었다. 정부 추진력이, 국정 추진력이 뚝뚝 떨어졌다.

-개헌안 발의 시기는 언제쯤.

▲발의 시기는 대개 2월 중순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많이 뒤로 늦출 필요는 없다. 개헌 정국 가지고 지금 여론이 반전될 때를 기다리면서 자꾸 시간을 끌고 그렇게 할 생각은 없다. 너무 오래 가지고 지루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한나라당이 계속 반대해도 발의할 것이냐.

▲국회는 토론의 장이다. 바깥에서 정당이 반대하다가도 국회 의안이 발의되면 그때부터 의무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법적의무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발의하면국회에서는 토론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부결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에서 부결하면 이 노력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결한 사람들은 그 이후에 정치적 부담을 생각해야 될 것이다. 대의명분 없이 정략적으로 반대한 사람들은 그 이후 작은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두고두고 부담을 느껴야 한다. 국회 표결에서 설사 이긴다 할지라도 그 정당과 그 당의 후보들은 모두 두고두고 부담을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다. 정치는 멀리 보고 해야 된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지가 어려울 것이다.

-개헌 제안이 정략적이라는 비판의 빌미를 없애기 위해 대선후보 경선, 본선의 엄정중립을 선언할 용의는 없나.

▲한국 대통령은 법적으로 선거에 관여하지 못하게 돼 있다. 정치활동은 할 수 있다. 국정수행은 열심히 해야 한다. 선언이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 하루하루의 국정이 전부 대선용으로 보도되고 있고, 있지도 않은 정상회담 계획까지 다 나와 가지고 그게 전부 대선용으로 가고 있고, 심지어 개헌까지 대선용으로 되어 있는 마당에 제가 말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선언하고 식언하는 사람보다는 아무 말안하고 법대로 가겠다, 법적 의무를 지키겠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신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개헌 제안이 임기말까지 정치판을 흔들면서 주도권을 가지고 가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닌가.

▲이번에 이 개헌을 하지 않으면 그 이후 어떤 개헌 의제든 개헌의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일치하는 시기라는 것은 개헌하기 아주 좋은 시기이다. 이번 기회에 개헌을 해야 앞으로 중요한 내용적 개헌을 계속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개헌을 하자는 것이다. 말년에 주도권을 잡으면 얼마나 잡고, 놓으면 얼마나 놓겠냐. 개헌의제를 냈다고 해서 주도권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것이 주도권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어줍지 않은 것을 해도 상대방 반응이 형편없는 악수를 두면 자연스럽게 주도권이 오는 것이고, 내가 아무리 잘해도 상대방이 더 좋은 수를 두면 절대로 내가 주도권을 못 잡는 것이다.

-대통령이 나중에 쉬었다가 또 나오려고 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있다.

▲그런 것 헷갈리지 않게 하는 것이 언론의 책임이다. 일부 언론은 집권연장기도라고 하는데 어떻게 집권을 연장할 수 있느냐. 대통령제에서 여당이 집권하는 것은 재집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개헌 주제와 여당의 재집권하고 아무 논리적 관계가 없다. 여당에게 뭐가 유리한가. 이런 헷갈림을 클리어하게 하는 것이 언론의 책임이다.

-여론조사상 현 시점의 개헌에 상당히 부정적인데, 개헌 제안 철회 문제를 생각할 용의는.

▲20년전 재야 운동당시 여론은 제편에 있지 않았다. 몇달뒤 4.13 호헌조치 나왔을때 많은 언론은 우리를 과격 불순 세력으로 보도했다. 90년 3당 합당때 여론을 거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론은 그 뒤에 바뀌더라. 전달되는 사실이 달라지니까 숨겨졌던 사실이 터져 나오고, 사실이 달라지니까, 인식이 달리지고, 여론이 바뀌었다. 여론은 변하게 돼 있다.

-4.19 직후 개헌과 87년 직후 개헌외에 국민의 흔쾌한 동의와 축복이 없는 개헌은 늘 문제가 됐다. 지금 현 정부하의 개헌 추진에 대한 여론조사도 개헌 반대가 많은데.

▲옛날 국민들이 흔쾌하게 동의하지 않은 것은 다 집권연장이라는 나쁜 방향으로 개헌을 하니까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지율은 높았다. 흔쾌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후 평가이지만 69년 개헌도, 72년 유신헌법도 국민들이 흔쾌히 동의했다. 다만그때도 대의명분을 말하는 사람들이 흔쾌하지 않았다.

4.19나 87년 개헌은 혁명적 상황의 마무리 절차였다. 이제는 일상적인 제도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혁명이 아니라 제도개선의 관점에서 우리 헌법을 손질할 때가 된것이다.

-정.부통령제도 함께 개헌 대상이 포함시킬 생각은.

▲부통령제 얘기를 하면 얘기가 아주 복잡해진다. 총리 제도의 골간을 전부 다 흩뜨려야 되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해진다. 복잡해지기 때문에 훨씬 1년전부터 여야가 합의해서 국회에 개헌특위를 만들고 위원회도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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