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남북정상회담 경계령

  • 입력 2007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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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놓고 정부와 한나라당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틈만 나면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하며 군불을 지피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5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이번에 꼭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북측에서 답변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동안 열리지 않은 정상회담이 이뤄져서 좋은 결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연일 논평을 내고 남북정상회담이 정략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처럼 맞서는 것은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대통령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압도적인 우세 판도를 지켜야 하는 한나라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경계심’이 클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퇴임을 1년 앞둔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북핵 위기 속에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할 경우 다음 정권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는 것.

나경원 대변인은 7일 현안 브리핑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 추진설까지 나오는 마당에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는 것은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뿐”이라며 “정부가 ‘멋대로 퍼주기’도 모자라 ‘통째로 가져다 바치기’를 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나서는 것도 대선에 영향을 주는데 단일화된 여권의 대선 후보가 남북정상회담을 주도할 경우 파장이 더욱 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마땅한 대응 카드도 없다. 무조건 반대를 하면 반통일 수구세력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당내 일각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접촉을 시도하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당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정훈 당 정보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한나라당이 반대만 하면 여권에 유리한 수구 대 반수구, 반통일세력 대 평화세력이라는 구도가 될 수 있다”며 “현재로선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민 속에서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지지하고 나서는 등 당내 일각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당으로서도 밉지만은 않은 이유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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